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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어둠의 복제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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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어둠의 복제 / 이권

 

 

 

한 세계가 닫히고 한 세계가 열리는 저녁 골목길은

점점 깊어지고 어둠이 어제처럼 복제되고 있다

밤만 되면 어둠은 불온한 꿈을 키우며 무럭무럭 자라 났다

 

어둠은 항상 내 안에서 흘러 나와 그녀가 있는 데까지

번져 갔다 그녀를 흠뻑 적신 후에 다시

내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우주를

이탈한 유성처럼 잠시 반짝이다 사라졌다

 

오전 한 시에서 세 시 사이의 어둠은 모두 불량한

음질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귀신들의 발걸음

소리이거나 발정 난 고양이의 가능거리는 울음소리이다

 

밤은 내전을 끝낸 도시같이 모든 길이

끊겨 있어 나는 소리 나는 곳의

바깥쪽에서 모든 것을 방관하는 구경꾼 이 된다

 

몇 겹의 어둠을 두른 그녀가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있다 이제 그녀는 오랜 동안 숙성의 시간을

가질 것이고 수 없이 많은 밤을 복제해낼 것이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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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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