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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복제 / 이권
한 세계가 닫히고 한 세계가 열리는 저녁 골목길은
점점 깊어지고 어둠이 어제처럼 복제되고 있다
밤만 되면 어둠은 불온한 꿈을 키우며 무럭무럭 자라 났다
어둠은 항상 내 안에서 흘러 나와 그녀가 있는 데까지
번져 갔다 그녀를 흠뻑 적신 후에 다시
내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우주를
이탈한 유성처럼 잠시 반짝이다 사라졌다
오전 한 시에서 세 시 사이의 어둠은 모두 불량한
음질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귀신들의 발걸음
소리이거나 발정 난 고양이의 가능거리는 울음소리이다
밤은 내전을 끝낸 도시같이 모든 길이
끊겨 있어 나는 소리 나는 곳의
바깥쪽에서 모든 것을 방관하는 구경꾼 이 된다
몇 겹의 어둠을 두른 그녀가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있다 이제 그녀는 오랜 동안 숙성의 시간을
가질 것이고 수 없이 많은 밤을 복제해낼 것이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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