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76 후살이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후살이’입니다. 후살이 / 이권 어머니 죽고 내 나이 스무 살 때아버지의 후처가 된 새어머니 아이를 못 낳아 전 남편에게소박맞고 뒤웅박 팔자가 되었다고 한다 자식 한 번 낳아본 적 없이아버지의 후살이만 하다간 새어머니 고향 집 화단에 나리꽃붉게 핀 날 이 세상을 떠나갔다 어머니 대신 계모로 새어머니로의붓어머니로 불리던 여자 오늘은 아버지 산소 옆하얀 도라지꽃으로 피어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5. 9. 21. 죽음이 예전 같지 않다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 』에 실린 ' 죽음이 예전 같지 않다' 입니다. 죽음이 예전 같지 않다 / 이권 이웃집 영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조등弔燈 하나 내걸리지 않는 골목 저승사자에게 사자使者밥도 대접하지 못하고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장례식장으로 실려 갔다 슬픔을 길어 올리던 곡哭소리가 사라진 영안실 간간이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할머니 장례는 상조회사와 납골당을한데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결정되었다 만장 한 장 따르지 않는 장례행렬 92년간의 할머니 생이 단 3일 만에 지워졌다죽음이 예전 같지 않고 많이 시들해졌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2025. 9. 18. 영흥, 선재도 여행 영흥, 선재도 여행 9월 13일 토요일 인천역 앞에서 인천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영흥, 선재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영흥, 선재도는 행정구역상 인천시 옹진군 해당됩니다.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습니다. 1시간 40분 정도 걸려 영흥도에 도착했습니다. 계절은 이미 초가을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본 영흥, 선재도 어촌풍경이 좀 산만하고 어수선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디를 가도 공사 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가히 공사 천국입니다. 2025. 9. 15. 백 마디 거짓과 천 가지 변명 / 이권 오늘 발표 할 시는 저의 미 발표 시 '백 마디 거짓과 천 가지 변명'입니다. 백 마디 거짓과 천 가지 변명 / 이권 천 개의 심장과 만의 얼굴을 지닌 당신 사랑을 고백할 때마다 당신은 나에게 새로운 애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감옥을 짓고 사는 것이라며 나를 만날 때마다 만 갈래의 퇴로를 열어놓고 도망을 준비 중인 당신 백 마디 거짓과 천 가지 변명으로 당신이 먼 곳 까지 도망갔다 돌아온 저녁 개도 안 물어 간다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랑을 버리고이제는 내가 당신을 멀리 떠날 차례이다 2025. 9. 10. 세상의 모든 여자는 내 엄마다 세상의 모든 여자는 내 엄마다 / 이권 꽃피는 춘삼월 꽃구경 가다 벚꽃나무 아래치마 걷어 올리고 오줌 누고 있는 저 여자 수줍음 많던 내 엄마다 장곡사 대웅전 쌀 한 됫박 올려놓고아침 내내 무당 절 올리며 복을 빌고 있는 저 여자 까막눈이 내 엄마다 이른 아침 게걸음으로 하늘공원 질질 끌고 가며 걸음마 연습하는 저 여자 입이 반쯤 돌아간 중풍 걸린 내 엄마다 여름 땡볕 아래 혼잣말 주고받으며 고추밭을 매고 있는 저 여자 아무리 일을 하여도 가난이 떠나지 않던 농투성이 내 엄마다 모래내 시장 난전에서 얼갈이배추 서너 단 풀어 놓고 손톱 밑이 까맣도록 고구마줄기를 벗기고 있는 저 여자 장돌뱅이 내 엄마다 저물녘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으라 부르는 저 여자 가슴이 따스했던 내 엄마다 전생이든 금생이든 다음 .. 2025. 9. 8.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 칠불통계(七佛通戒)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 칠불통계(七佛通戒) 諸惡莫作 제악막작. 衆善奉行 중선봉행.自淨其意 자정기의, 是諸佛敎 시제불교. 모든 악을 짓지 않고모든 선을 받들어 행해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칠불통계 七佛通戒) *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한결같은 가르침 이라는 것입니다. 거룩한 삼보*에 귀의하라. 그것은 가장 길하고 가장 으뜸 되나니오직 홀로 그것만이 있어서 모든 괴로움을 건널 수 있느니라. (법구경) * 삼보(三寶)란 세 가지 보배란 뜻으로, 부처님의 불보(佛寶)와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보(法寶)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승가를 승보(僧寶)라 하고 셋을 합쳐 삼보(三寶)라 부릅니다. 2025. 9. 6. 오리지널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오리지널’ 시입니다. 오리지널 / 이권 뚜레쥬르 빵집 햇볕보다 더 따뜻하고포근한 LED 불빛이소보루빵 위에 내려와 있다 천장 에어컨에서 산바람보다도바닷바람보다도 더시원한 바람을 복사 중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지지 않는 장미꽃지극히 사무적인자세로 계산대에 앉아 있다 소녀시대 윤아가 빵집 창문앞에 붙어 어제도 오늘도 웃고 있다 재방송되는 TV 연속극 사내는어제보다 더 달콤한 사랑을 고백 중이다하 수상한 엄마표 김밥천국집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늘 하루를 복사 중이다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5. 8. 31. 옥효정 첫 시집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오늘 소개할 신간 도서는 옥효정 시인의 첫 시집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입니다. 도서출판 애지에서 애지시선 129로 출간되었습니다. 옥효정 시인께서 우편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옥효정 시인은 2014년 월간으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유리창 청소 노동자가 18층 빌딩에서 추락사했다애도는 잠시 파열음을 냈다가 잠잠해졌다우리는 서로의 등을 토닥였으나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찢어진 마음들이 충돌하고핏대 올린 말들이 어지럽게 증폭했다움츠린 몸을 빛바랜 외투에 밀어넣으면서다짐처럼 중얼거렸다우리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시간을 지나온 말의 표피들은 무게를 가지지 못했다가시 끝에 걸린 바람이 밤새도록 우는 밤광주행 열차는 뭉개진 지문을 남기고서울역을 .. 2025. 8. 28. 간이역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 있는 ‘간이역’ 라는 미발표 시입니다. 간이역 / 이권 마을과 마을 사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낡은간이역이 있다 간이역에서 완행열차를 마중하는 것은먼 훗날의 나를 배웅하는 것 기다림에 지친 내가낡은 기차와 함께 너를 떠나보내고 또 다른 내가 또 다른 너를 마중하는 곳 이별과 만남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너와 나 사이에 점점 늙어가는나의 낡은 간이역이 있다 2025. 8. 25. 오늘의 사자성어는 갑남을녀(甲男乙女)입니다. 오늘 소개할 사자성어는 갑남을녀(甲男乙女)입니다. 특별한 신분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라는 뜻으로, 세상의 평범한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됩니다. 장 씨네 셋째, 이 씨네 넷째라는 장삼이사(張三李四)라는 사자성어와 일맥상통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민초(民草), 민중(民衆)이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제 직위와 권력을 남용하여 백성을 탄압하는 위정자. 때로는 그런 권력을 몰아내기 위해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 들고 일어나 세상을 바꿔 놓는 혁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2025. 8. 21. 소래 가는 길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 있는 미발표 시 ‘소래 가는 길’입니다. 소래 가는 길 / 이권 시내버스 타고 소래포구 가는 길 버스가 도림 삼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일 때 차창 밖 복사꽃 핀 칠갑가든 쇠말뚝에 백구 한 마리 묶여있다 발정 난 암캐라도 지나갔는지 제 자리를 맴돌며 안달이 나있다 내가 개가 되어도 개가 내가 되어도 대책이 없을 것 같은 이 환장할 봄날 쇠사슬에 묶여 허공이나컹컹 물어뜯고 있는 백구 소래 가는 길이 꽉 막혀있다 2025. 8. 19. 오늘의 사자성어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도생(各自圖生) 요즈음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各(각각 각), 自(스스로 자), 圖(그림 도), 生(날 생)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은 "어느 단체나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라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공동체가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을 상실했거나 하여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의 생존의미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삶이 힘들 때일수록 각자도생(各自圖生)보다는 공동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돕고 함께 어울려 사는 共存同生(공존동생)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2025. 8. 17. 서울 아리랑 / 이권 서울 아리랑 / 이권 아직도 홍도가 사랑을 팔고 사는 거리 출장 마사지와 단란주점과 조건만남이 성업 중인 곳 모든 사랑의 질량은 돈으로 환산된다 골목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꽃등이 내걸리고 사내들이 또 다른 짐승으로 환생하는 저녁 세상은 일부다처제로 편입된다밤마다 당신과 내가 특별 손님으로 초대되기도 하는 곳 동쪽 하늘이 뻘겋게 눈뜨는 새벽이면승인 한도를 초과한 사내들이 행성 밖으로 추방된다 밤새 죽은 별들의 사체가 청소차에 실려 나가고 아리랑 아리랑 서울 아리랑이 오늘도 막을 내린다 2025. 8. 16. 나비의 꿈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나비의 꿈입니다. 나비의 꿈 / 이권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어디론가훨훨 떠나버리고 싶은 봄날나비축제가 열린다는 함평행 기차를 탄다 함평역에 내려 많은 사람들이허물을 벗고 간 여인숙에그동안 끌고 온 나를 부려 놓는다 복도 끝 마지막 방이 오늘밤의묘지 이곳에 나의 혼백을 눕힌다 아무도 나의 인적사항을 묻지 않아바람벽에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가명으로 숙박계를 적어 놓는다 수상한 냄새들이 부유하는 방 안밤새 알을 슬어 놓을여자를 부를까 하다 그만둔다 초저녁 꿈 내 몸에서 날아오른 나비 한 마리나를 호명하며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괘종시계가 밤새 검은 물레를 돌렸지만초저녁에 떠난 나비는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 이권 시집『꽃꿈을 꾸다』.. 2025. 8. 16. 하루 종일 하늘에서 물 폭탄이 떨어졌어요. 제가 사는 영종도에 하루 종일 물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억수로 쏟아졌습니다. 도로가 침수되고 지하차도 등이 통제되고 물난리가 난 하루였습니다. 큰비(水災), 큰바람(風災), 큰불(火災)은 예전부터 삼재(三災)라 하여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과학 문명의 발달로 어느 정도는 비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모두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2025. 8. 13. 이전 1 2 3 4 ··· 2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