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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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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리 3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지천리 3' 입니다.  지천리 3 / 이권  조상 대대로 칠갑산 옆구리를 이가 시리도록 빨아먹고 사는 마을 가리점과 윗말을 지나 안뜸에 이르면시냇물이 갈지자로 흐르는 까치내가 있다 물 위에 한 발 한 발도장을 찍으며 건너는 마을 이가 듬성듬성 빠진 채 치통을 앓고 있다 온 산을 흔들며 산비탈을 오르는 경운기 목멘 소리에 까치내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아무리 일하여도 허리띠를 졸라매도가난이 떠나지 않던 남루한 마을 윗말 신작로가 어둑해져도 황새기젓 사러청양장에 간 엄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 2024. 5. 18.
마가렛 꽃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마가렛 꽃’ 입니다.  마가렛 꽃 / 이권  비 그친 오후 하늘공원 가는 길 마가렛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겨우내 꽃의 빛깔을 고르고 꽃잎의 각도와 길이를 맞추었을 마가렛꽃 꽃잎 가장자리에부터 흰색을 칠하고 꽃술에 노란 황금을 입히는 꽃단장이 한창이다 그녀의 꽃받침으로 서 있는 동안 꽃잎 몇 개가 떨어져 내렸다 가끔 휘청거리는 나에게 어깨를 내어 주기도 하던 그녀 마가렛 꽃을 닮아갔다 온몸이 식물도감같이 사시사철 잎과 꽃이 돋아나는 여자 너무 부끄러운 혼인색을 지녀 나비의 발자국이 온몸에 남는 여자 내 꽃밥이 꽃실을 타고 그녀의 씨방으로 옮겨져 밑씨가 되어가는 사이 나는 그녀와 똑같은 향기와 색깔을 갖는다 너와 내가 하나인  암수가 하나인.. 2024. 5. 17.
속수무책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속수무책’입니다.  속수무책 / 이권  삼복염천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렸다반란은 언제나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적과 내통을 한 채 나를 공격해오는 반란군내 몸에 난리가 난 게 분명했다 뼈마디마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있는적의 척후병 목이 아프고 삭신이 쑤셔왔다 적의 공격을 막으려고 늙은의사가 써준 처방전으로 방어 전선을구축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 열흘간 내 몸을 침탈했던 바이러스가당신에게 옮겨갔다 아무런준비도 없이 나를 맞이한 당신 내가 당신을 사랑한 만큼 당신이 나를 보듬어 준 만큼 당신 몸에도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5. 16.
오늘은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오늘은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오늘은 음력 4월 8일(양력 5월 15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탄신일, 초파일로 불리기도 한다. 불교의 4대 명절(부처님 오신 날 음력 4월 8일, 부처님이 출가한 출가절 음력 2월 8일,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성도절 음력 12월 8일, 부처님이 열반에 든 열반절 2월 15일) 중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사방 일곱 걸음을 걸으시면서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또 다른 손은 땅을 가리키며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우주 간에 나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고 외치셨다. ‘천상천하’에서 천상(天上)은 신(神) 중심의 세상이다. 내 삶의 주체는 신(神)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또한 땅(天下)에서는 타고난 신분과 운명에 의.. 2024. 5. 15.
신록 / 서정주 오늘 소개할 시는 푸른 오월에 잘 어울리는 서정주 시인의 ‘신록’입니다. ‘신록’은 1947년 문화 4월호에 발표된 시입니다. 온 세상이 신록인 계절 남몰래 고이 간직하고 싶은 사랑을 가졌으면 합니다. 문학적인 명성과는 달리 일제강점기 친일행각과 전두환 찬양 시를 쓰는 등 권력과 시류에 편승한 것이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서정주 시인의 ‘신록’입니다.  신록 / 서정주  어이할거나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에 이미 꽃잎이 지고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부르르 떨며 .. 2024. 5. 14.
법구경 제17장 분노품 법구경 제17장 분노품   분노품(忿怒品)이란, 성내고 해치려는 사람을 보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고 사랑으로 대하라. 그러면 하늘이 복을 주고 스스로 열반을 얻을 수 있다 한다. 법구경(法句經)은 부처님이 설하는 내용을 운문 형식으로 엮은 초기 불교 경전이다. 시의 형식을 빈 잠언으로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폭력, 애욕 등을 멀리하고 삼보에 귀의하여 선업(善業)을 쌓고 깨달음의 길로 나가라는 말씀을 담고 있다.  1. 분하고 성내는 마음으로 법을 보지 못한고분하고 성내는 마음으로 도를 알지 못한다.그러므로 분노를 잘 버리는 사람복과 기쁨 언제나 그 몸을 따르네. 2. 성내는 마음을 스스로 다스려 달리는 수레를 멈추듯 하면그는 자기를 훌륭히 다스리는 사람 어둠을 버리고 밝음으로 들어가리. 3. 욕됨을 참.. 2024. 5. 12.
어떤 누명 / 이권 어떤 누명 / 이권    내 나이 열아홉 살 때 큰집 농사지으며 살 때 서울에 살던 큰어머니가 내려와 며칠 동안 같이 머문 적이 있다. 큰어머니 쌈짓돈 3,000원이 없어졌다며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일어났다. 집안 식구 모두 나를 의심했다. 열일곱 살 때 아버지 돈을 훔쳐 무작정 상경을 한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주겠다고 그 돈 어디에 썼냐며 아버지가 나를 추궁했지만, 돈을 훔치지 않은 나는 그전의 이력 때문에 아무리 항변해도 이미 도둑놈이 되어 있었다.   오늘 뉴스에 나온 저 사람 살인죄 누명을 쓰고 한 달도 아니고 일 년도 아닌 십 년간 옥살이하다 진범이 잡혀 무죄로 풀려났다고 한다.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으로 허위자백을 강요해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 2024. 5. 10.
절에서 공양(식사)할 때 외우는 오관게五觀偈 절에서 공양(식사)할 때 외우는 게송偈頌 오관게(五觀偈)   절(사찰)에서는 공양(식사)하는 것도 수행의 일부분이라 합니다. 절에서 공양(식사)하기 전에 외우는 게송偈頌이 있습니다. 오관게(五觀偈)라고 합니다. 운문 형식으로 된 짧은 글입니다.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한 이들의 은혜와 공덕, 그리고 짐승들과 곤충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공양(음식)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오관게(五觀偈)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計功多少量彼來處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忖己德行全缺應供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防心離過貪等爲宗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正思良藥爲療形枯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爲成道業應受此食  한글 공양 게송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모든 분들의 은혜와 수고로움을.. 2024. 5. 9.
건들장마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건들장마’입니다.  건들장마 / 이권  건들장마 속 작달비가 지나간 아침 무 싹이 손톱만큼 올라와 있다  배추벌레가 사각사각 아침 요기를 끝낸 배추잎 푸른똥 몇 개 점점이 놓여 있다 어미젖을 물고 있는 애호박의 몸무게는 닷 돈가량 늘어났고 갓 뒷물을 끝낸 며느리밑씻개 잎은 축축이 젖어있다 방아깨비가 한 홉 정도의 가을을 찧어내고 있고 막내 조카 영희 가슴이 자두 알 만하게 올라와 있다 3조 2교대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 턱수염은 한 치 정도 자라 있고 허리는 어제보다 1도 정도 휘어져 있다 하늘은 뻐꾸기 울음소리로 반쯤 젖어 있고 세상은 어제보다 말가웃 더 늙어졌다다 건들건들 지나간 건들장마 탓이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 2024. 5. 8.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 이권 오늘 소개해드릴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입니다.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 이권   어머니가 아버지를 밤새 복사하여 나를 낳았듯 아내도 나를 베껴 뚱딴지같은 아들놈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천둥벌거숭이로 자라나던 시절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던 나에게 아버지는 네 몸에 양반 가문의 피가 흐른다며 케케묵은 연안 이씨 태자첨사공파 족보를 펼쳐 보이시곤 하였다. 그러나 내가 하고 다니는 짓거리를 보면 저 족보가 의심스럽기는 한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내가 부모를 지정하고 태어나는 것이라면 나는 가난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들놈도 나와 아내를 지정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밤 아무런 연락도 없이 .. 2024. 5. 7.
마돈나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저의 미발표 시 '마돈나'입니다.  마돈나 / 이권    석남사거리 지하 술집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두툼한 입술에 빨간 루주를 칠한 여자 마돈나입니다. 마돈나가 눈물 콧물로 꾹꾹 눌러쓴 사랑 이야기며 슬픔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마돈나는 수다스럽습니다. 그만큼 세상에 따질 일 많고 세상을 속일 일 또한 많았다는 것이겠지요.   마돈나의 몸매가 너무 은유적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문장은 마돈나에 의해 편집되고 그것에 대해 사내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녀의 몸 곳곳에 숨겨져 있겠지요. 뒷골목의 스산한 풍경이며 질그릇 깨지는 소리. 팔자를 고치려다 생긴 상처들 아마 밑줄이 쳐져 있을 겁니다.    마돈나가 심수봉의 남.. 2024. 5. 6.
빈 집 / 기형도 오늘 소개할 시는 기형도의 ‘빈 집’입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되어 등단하게 됩니다. 1989년 3월 7일 새벽 종로의 파고다 극장에서 심야 영화를 관람하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의 시에는 산업화 과정 속에 겪는 인간 상실의 쓸쓸한 번뇌와 제 안에 저를 가두고 마는 시대의 절망이 담겨 있습니다.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출처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혀』 1..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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