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503 뻐꾸기 울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뻐꾸기 울다’ 입니다. 뻐꾸기 울다 / 이권 저녁나절 도장골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름 내내 울고도 아직도 다 울지 못한 울음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한 번도 흠뻑 울어본 적이 없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뻐꾸기 우는 날이면 없는 슬픔이라도 만들어 실컷 울고 싶다 뻐꾸기 울음소리와 함께 어두워지는 저녁 나는 한 마리 뻐꾹새가 되어 간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꾸기 울음소리가 검은 비에 젖고 있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 2025. 7. 24. 미모사*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미발표시 ‘관찰일지 1’입니다. '미모사'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관찰일지 1 / 이권 - 미모사* 천 리 밖까지 너의 향기가 번져 마음보다 몸이 먼저 너를 찾아왔다 마음을 건네기 전에 잠깐 서로를 스쳤을 뿐인데 온몸을 움츠리는 너의 수줍은 몸짓 사랑을 고백이라도 할라치면 멀리 달아나 제 모습을 감춰 버리던 첫사랑 같은 꽃 너의 보라색 향기에 취해 꽃잠 한숨 푹 자다 나오고 싶다 얼마나 몹쓸 손짓을 당했으면 눈길만 닿아도 옷깃만 스쳐도 죽은 시늉하는 것일까 제 속내를 감추고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는 너는 어쩌면 전생에 부끄러움 많던 어느 여린 짐승의 새색시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해살이풀로 잎에 자극을 주면 움츠러들고 늘어진다. 2025. 7. 21. 밤비 / 백거이 밤비 / 백거이― 夜雨(야우) 귀뚜라미 울다 문득 멈추고남은 등불 깜박이며 졸고 있네창밖에 밤비,파초 잎이 먼저 듣고 있네. 早蛩啼復歇 殘燈滅又明 조공제복헐 잔등멸우명 隔窓知夜雨 芭蕉先有聲격창지야우 파초선유성 *출처 석지현 엮음 『선시』 1999년 도서출판 민족사 발행. 오늘 소개한 시는 백거이의 밤비(夜雨)입니다. 백거이는 중국 당나라 때 시인입니다. 자(字)는 낙천(樂天)이고,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등으로 불리었습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멈추고 등불은 깜박이고, 창밖에 내리는 밤비를 사람보다 파초 잎이 먼저 듣고 있다고 합니다. 2025. 7. 17. 바람벽에 뻐꾸기 울면 / 이권 바람벽에 뻐꾸기 울면 / 이권 한밤 바람벽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어요 온 집안이 뻐꾸기 울음소리에 젖고 있지요 어둠을 쪼아 먹으며 검게 자라나고 있는 뻐꾸기 날개를 펴고 온 집안을 날아다니고 있어요 방안은 뻐꾸기 울음소리의 허 묘 아무리 파보아도 새의 부리는 보이지 않아요 바람벽을 기어오르는 초침소리만 내 귀를 잘게 부수며 늙어가고 있지요 오랜 기간 불임의 날을 견딘 아내의 자궁에서 말랑말랑한 새끼 뻐꾸기 울음소리가 만져지고 있어요 산란기 맞은 뻐꾸기가 아내의 몸에 몰래 뻐꾸기 알을 부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가짜인 네가 진짜인 나를 처형하는 모반의 계절사방이 온통 뻐꾸기 울음소리로 넘쳐 나고 있어요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 06.https://link.coupang.. 2025. 7. 15. 강마을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강마을’입니다. 강마을 / 이권 흑염소 울고 물총새 높이 나는 강마을 바람 불 때마다 꽃단장한집들이 하얗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초이레 낮달과 뭉게구름을둥실 띄워놓은 천강 백구가 강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바라보며 허드레 울음을 울고 있다 꽃잎 다 떨어져 내리고꽃상여 한 척 청산에 들면 강마을에 뻐꾸기울음소리만 한 질씩 자라날 것이다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5. 7. 14. 금강경 사구게(金剛經 四句偈) 금강경 사구게(金剛經 四句偈) 불교의 반야 사상이 담긴 금강반야바라밀다심경(金剛般若波羅蜜多心經)을 줄여서 금강경(金剛經)이라 부릅니다. 금강경은 부처님과 부처님 10대 제자 수보리와의 대화 형식으로 된 경전입니다. 주로 수보리가 부처님께 묻고 부처님이 이에 대하여 법을 설하십니다. 금강경 사구게(金剛經 四句偈)는 금강경의 핵심 사상이 운문 형식으로 된 게송입니다. 1.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무릇 상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본다면, 곧 여래(부처)를 보느니라. 2.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應無所住 而生其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응당히 색에 .. 2025. 7. 13. 천리 밖에 있는 당신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있는 어느 지면에도 발표되지 않은 ‘천리 밖에 있는 당신’이라는 시입니다. ‘파리지옥’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천리 밖에 있는 당신 / 이권- 파리지옥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천 리 밖에서 나를 흔들고 있는 그대여 그대 마음속으로 들어가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천 리 밖에서 나 한 마리 나비가 되어도 좋겠네 바라보지 않아도 보이고 보듬지 않아도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대의 꿈속으로 들어가 나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네 온몸을 열어놓고 파리를 유혹하는 파리지옥*처럼 그대의 향기에 취해 오늘 밤 나 그만 그대에게 잡아먹혀도 좋겠네 *파리지옥 : 여러해살이풀로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식물. 2025. 7. 10. 정주성定州城 / 백석 정주성定州城 / 백석 산山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城터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山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한울빛같이 훤하다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사슴』(1936. 1. 20) *오늘 소개한 시는 백석 시인의 ‘정주성’입니다. 1936년 백석 시인의 『사슴』 시집에 실린 시입니다. 정주성은 평안도에 있는 조선시대 성곽으로 백석 시인의 고향입니다. 아직도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 같은 정주성. 낡은 성터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2025. 7. 7. 시(詩) 배다리 가는 길 / 이권 배다리 가는 길 / 이권 도원역 지나 배다리 헌책방 골목가는 길 창영교회 앞에서 비를 만났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속철수가 영희 손을 잡고 뛰어가고 있다 낙원 떡방앗간 옥상 빨랫줄미처 걷지 못한 빨래가 비를 맞고 있다 송림이발소 처마 밑 러닝셔츠를 입은 사내가담배를 피우며 구름과자를 만들고 있다 빗속으로 번지는 담배 연기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들리고 노란 우산을 쓴 소녀가 배다리 밑으로 떠내려간다 개코 막걸리 집에서 낮술하다바라본 골목길이 빗소리가 가득하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https://link.coupang.com/a/bjzJKs [비(도서출판b)]꽃꿈을 꾸다 - b판시선 25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2025. 7. 4. SK에너지 구름공장 / 이권 SK에너지 구름공장 / 이권 서인천 봉수대로 SK에너지 구름공장에 불을 뽑는 공룡이 살고 있다 4억5천만 년 동안 숙성시킨 어둠을 끌고 나왔을 공룡 맨 먼저 화약 냄새 나는 이라크하늘과 사막의 모래바람을 보았을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을 피해 오면서 수없이 코란경을 읽었을 공룡 굴뚝 꼭대기에서 불꽃쇼를 벌이고 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중생대의 뭉게구름 공룡의 살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신인류 시대 수억만년후 나는 밤하늘 별빛과 함께 까만 석유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 2025. 7. 3. 화엄경 보현행원품 화엄경 보현행원품(華嚴經 普賢行願品) 보현행원품은 보현보살의 행원을 담은 경전으로 정식 명칭은 『대방광불화엄경 입부사의해탈경계 보현행원품』이다. 선재 동자가 문수보살을 만나 보리심을 내고 53 선지식을 찾아가 도를 묻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친견하였을 때 보현보살이 선재 동자에게 설한 경전이다.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그때 보현보살마하살이부처님의 수승하신 공덕을 찬탄하고 나서모든 보살과 선재 동자에게 말씀하시었다.선남자여,여래의 공덕은 가사 시방에 계시는일체 모든 부처님께서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겁을 지내면서계속하여 말씀하시더라도 다 말씀하지 못하느니라.만약 이러한 공덕 문을 성취하고자 하거든.마땅히 열 가지 넓고 큰 행원을 닦아야 하나니 열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 2025. 6. 30. 해 질 무렵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어느 지면에도 발표되지 않은 저의 미발표 시 ‘ 해 질 무렵 ’입니다. 해 질 무렵 / 이권 강변 모래톱 새끼 자라를 등에 업은 어미 자라가 바위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물총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방아깨비가 명아주 가지 끝에 앉아 방아를 찧는다 탁발승이 사립문 앞에서 반야심경을 외우며 목탁을 친다 아랫마을에 초상이 났는지 여자의 울음소리가 강바람을 타고 올라왔다 어릴 적 해 질 무렵 일어난 일이다 2025. 6. 27. 이전 1 2 3 4 ··· 4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