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60 혼잣말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혼잣말'입니다. 혼잣말 / 이권 한밤중에 오래된 집이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집을 지키느라 허리가 삐끗했거나 심심해서 말동무나 하려고 집주인을 부르고 있는 것 동구 밖 감나무에 까치 한 마리 앉아 있다누군가를 기다리며 혼자 울고 있다 저물녘 산길 걷는데 싸리나무가 외로운지내 팔을 툭 치며 말을 건네온다말이 많아도 외로운 사람이지만 벽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사람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2015. 06.https://link.coupang.com/a/UyWuN 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 2024. 12. 2. ONE + ONE / 이권 ONE + ONE / 이권 혼자 감당하기엔 자신이 없어닮은꼴 하나 불러들이는 ONE + ONE 가끔은 ONE + ONE 이 용량을 속이는실속이 없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거저얹어 주는 덤이라고맙게 생각되기도 한다 사람도 생각이 깊어질 때쯤 옆구리 허전한마음하나 끌고 와 ONE + ONE 으로사랑의 일가를 이루기도 한다 가끔은 사랑의 질량을 속여 파투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두 줄이 하나 되어 기다림의 시간을실어 나르는 철길처럼 둘이 묶임으로서하나가 되는 ONE + ONE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06.https://link.coupang.com/a/UyWuN 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 2024. 11. 17. 검은 나비 / 이권 검은 나비 / 이권 사내가 낡은 기타 줄을 고르고 있다 녹슨 심혈관을 오르던 맥박들이 박자를 잃는다 팽팽히 조여 오는 기타 줄 사내의 심장 속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검은 벌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사내가 푸른 음표가 그려진 알약을 복용 한다 잠시 후 날개를 펴고 훨훨 하늘을 날아오르는 나비들 사내는 심혈관을 오르다삑싸리난 한 마리 검은 나비였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도서출판 애지 2015. 06. 2024. 11. 7. 그리운 것은 다 먼 곳에 있다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그리운 것은 다 먼 곳에 있다'입니다. 그리운 것은 다 먼 곳에 있다 / 이권 봄잠에서 깨어난 칠갑산이 어수선한 잠자리를 치우고 있다 맨 먼저 구름을 개고 흐린 하늘을 닦아 놓는다 새소리 바람소리 개울물 소리를 텅 빈 산속에 풀어 놓는다 오두막집에서 걸어 나온 사내가 담배를 피우며 한길가로 내려가고 있다 까치내 댁 큰며느리 호아의 쌀 씻는 소리가 之川을 따라 메콩 강을 건너가고 있는 아침 그리운 것은 다 먼 곳에 있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2015. 06. 2024. 10. 24. 바람의 행로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에 수록된 '바람의 행로' 입니다. 바람의 행로 / 이권 지금까지 나를 이끌고 온 것은 계절마다 색깔을 바꾸는 무지갯빛 바람이었어요. 오늘도 나의 방랑을 부추기고 있는 바람은 밤새 흔들리던 코스모스의 꽃잎에서 걸어 나온 하늬바람일 거예요. 지난밤 아버지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갈대밭에 불던 바람이 허공에 무덤을 만들고 아버지 발걸음을 파묻고 왔을 거예요. 아버지 발걸음은 늘 바람이었어요. 바람 따라왔다가 바람 따라가 버렸거든요. 지금쯤 바람은 내 몸 어디까지 밀고 들어 왔을까요? 통풍 든 무릎을 지나 시도 때도 없이 부풀어 오르는 아랫도리를 지나 바람 든 허파까지 들어 왔을 거예요. 바람은 항상 골목길과 내통하는 내연의 관계를 지니고 있어요.. 2024. 10. 9. 하늘별빛로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하늘별빛로' 입니다. 하늘별빛로 / 이권 하늘별빛로 내가 사는 동네 도로명 주소이다 달빛로와 은하수로와 오작교로가 있다 새살처럼 돋아난 새길 해안도로를 따라 인천공항 가는 공항로를 만나면 길은 어느새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하늘길이 된다 잠진도 선착장쯤 이르러 무의도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만나면 길은 출렁이는 바다가 된다 은하수로를 지나 영종주민센터 쯤에 이르러 용궁사 가는 산길을 만나면 길은 절이 되거나 산이 된다 출발과 도착이 함께 이루어지는 하늘별빛로 지나온 길을 버리고 우두커니 서 있는 덤프트럭 제 몸에 길을 내려는지 시동을 걸고 있다 굳은살 박인 교차로에 지번 잃은 길의 지문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다 수많은 길을 지나왔고 지워야.. 2024. 10. 1. 개꿈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에 수록된 ‘개꿈’입니다. 개꿈 / 이권 동인천역 출발하여 용산역 가는 급행전동열차 안 부평역 지날 때쯤 잠깐 잠이든 사이에 전생의 아내에게 슬어 놓았던 알들이 두런두런 부화되기 시작했다 동구 밖에는 빗살무늬토기시대를 건너온 맨발의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전생의 아이들은 지청구를 들으며 개차반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손등에 화석이 된 아내의 손톱자국이 까맣게 찍히고 있었다 역곡역 지날때 쯤 옆자리 아가씨가 피곤한 듯 어깨를 기대어 왔고 수세기전의 밀린 밥값을 받으려는 듯 낯선 손 하나가 내 갈비뼈를 뒤지고 있었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2024. 9. 22. 남자사용 설명서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남자사용 설명서’입니다. 남자사용 설명서 / 이권 지난밤 사내는 끝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만 취하면 방향을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오류가 사내에게서 발견되곤 했다. 원심력을 잃어버리고 행성 밖으로 튀어 나간 것이 분명했다. 종종 과부하가 걸리는 사내 아내가 온갖 정보를 분석해 사내의 위치를 확인할 때마다 통신이 두절되거나 통화권 밖으로 이탈되는 경우가 많았다.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남자를 다루는 비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책이라는 것이 아비 닮은 새끼를 이용해 사내를 유인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사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포장이 뜯기거나 사용한 흔적이 있으면 교환 반품이 불가능한 일. 사내들은 시어머니가 길들이다 버린 불.. 2024. 8. 29. 여자사용 설명서 / 이권 여자사용 설명서 / 이권 오늘도 나는 매번 달라지는 그녀를 읽는다 그녀를 인증하는것은 사주팔자가 담긴 주민등록번호 13자리 뿐 어떤 바코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를 보증하는 것은 경기도 연천군 군남 면장이 발행한 가족관계증명서 뿐이다그녀를 다루는 사용법과 주의사항이 기록된 매뉴얼이 없다 충분히 예열을 시키고 워밍업을 시켜야 몸이 풀리는 여자 본체의 버튼은 항상 친정집과 연결되어 있고 시집과의 관계는 아직 복원 중이다 꽃과 나비와 별을 좋아하는 물의 음기陰氣를 지닌 여자 한 때는 여자가 어떻게 밥만 먹고 사느냐며 나도 여자라고 찜빠를 놓던 여자 젊은 사내에게 A/S를 맡기면 원래의 싱싱한 모습으로 되돌아 올수 있을까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지나 고장이나 오작동 시 그녀를 수선 의뢰할 연락처가 없다 입술에 빨.. 2024. 8. 28. 낮잠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낮잠' 입니다. 낮잠 / 이권 대청마루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을 돌리신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주무시다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는 아버지 노름판에서 돈을 따시는지 아니면 읍내 정다방 김 양이라도 만나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꿈속에서 조차 심사가 뒤틀리는 일이 있는지 입을 씰룩거리고 있다 분하고 억울한 일이 있어 누구한테 따지러 가는 모양이다 잠자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아버지 등짝을 때리고 있다 아버지는 베고 있던 목침을 던져 버리고는 휑하니 밖으로 나간다 미루나무에 매미가 울고 마당귀로 한줄기 바람이 행인처럼 지나가고 있다 * 출처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2024. 8. 17. 호칭 / 이권 호칭 / 이권 지금까지 나를 이끌고 온 것은 내 이름 석 자였다하지만 나를 불러 세웠던 것은이름 대신 불리는 호칭이었다 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이모부, 고모부, 외삼촌, 형님, 오빠 등으로 불리다가 어떤 날은 사장님. 선생님, 아저씨, 여기요 저기요 야 너 등으로 불리었다 왼쪽 가슴에 붙은 번호가 이름 대신 호명되어 이놈 저놈에게 끌려다니던 상스러운 시절도 있었다 몇 년 전 아버지는 아버지를 호명하던 호칭들을 불살라 버리고 현고학생부군이 되었다 어머니는 간신히 본관과 성씨 하나를 건지시어 현비유인풍산 심 씨가 되었다 자주 불러 세우지 않으면 점점 멀어지거나 사라지는 호칭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를 부르며 얼굴 한번 보아야 되겠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 06.https://l.. 2024. 8. 4. 저 검은 짐승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저 검은 짐승들’입니다. 저 검은 짐승들 / 이권 지난밤 내 몸에서 개 짖는 소리와 구구거리는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저녁 밥으로 먹은 동태눈이 잠시 어둠 속에서 반짝였지 며칠 전 신천리 하우고개 제주 마 씨 집에서 먹은 말의 꼬리뼈가 자라 창문 쪽으로 넝쿨을 뻗어가고 있었어 보리밥에 비벼 먹은 열무가 솜털처럼 자라 오르고 새벽녘 겨드랑이에서 걸어 나온 수탉의 울음소리가 내 선잠을 깨우고 있었어 늙은 애인의 가슴에서 모래내시장에서 먹은 호주산 수입 쇠고기의 안창살이 만져졌어 까슬한 음모陰毛에서 여우 울음소리와 늑대 울음소리가 밤새 들려왔지 언제부터인지 내 몸속에 아무 데서나 흘레질하는 수캐가 자라나고 있었어 음습한 초원 나를 사.. 2024. 7. 19. 이전 1 2 3 4 5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