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58 봄날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봄날’입니다. 봄날 / 이권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줄 알았다 어제저녁 하늘로 올라가는 물소리를밤새 듣고서야 민들레는 민들레 키만큼미루나무는 미루나무의 높이만큼 소나무는 소나무의 솔잎 수 만큼 산수유는 산수유의 꽃만큼 물줄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강물은 물안개의 부피만큼 저 들판은풀잎들의 수만큼 봄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물오르는 소리에 흠뻑 젖어 있던 나도 내 나이만큼의 봄을 끌어 올렸다 물오르는 소리로 봄날 오후가 부산하였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https://link.coupang.com/a/UyWuN 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 2025. 4. 14. 오늘의 문장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오늘의 문장’입니다. 오늘의 문장 / 이권 장곡사 초입 물푸레나무 숲일필휘지의 초서체로 바람 風 자를 새겨 넣고 있는 하늬바람 찔레나무 넝쿨 속 며칠째 풍장 되고 있는 까마귀 한 마리 그를 수식하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검은 새의 갑골문자가 한 획 한 획 완성되고 있다 훗날 내 몸에서 사람 人(인)자 새겨진 갑골문자 하나 수습할 수 있을까 서늘한 그늘 속 환하게 빛나고 있는 까마귀 烏(오) 오늘 읽어 본 것 중 가장 완벽한 문장이다 2025. 3. 29. 산수유나무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이 계절에 어울리는 ‘산수유나무’입니다. 산수유나무 / 이권 용궁사 오르는 개울 옆 산수유나무가 환하다몇억 광년을 건너온 빛과소리를 겨우내 숙성시킨 산수유나무 단 한 번의 추락을 위해 몇 겹의 지층을 걸어 나와물관을 오르고 또 올랐을 산수유꽃 알몸으로 꽃을 피우고 꽃이 지고 나서야제 몸에 꽃이 다녀간 흔적을 아는 나무 네 몸에 안테나를 꽂고 주파수를 찾으려내 몸의 볼륨을 높이자너에게서 꽃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꽃잎을 경배하는 봄 산수유나무가 쓰다 남은 빛과 소리가길옆 개오동나무에 후생의 무늬로 쟁여지고 있다산그늘 속으로 또 한 마음이 노랗게 지고 있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06. 2025. 3. 10. 배다리 헌책방 골목 / 이권 배다리 헌책방 골목 / 이권이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 반에 반값이 된다 조세희의 난쏘공이 문밖에 나와 지나가는 사람을 호객하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다 마광수의 가자 장미여관은 아예 건너편 여관골목으로 들어가 낮 손님을 받으며 희희낙락 성업 중이다 윤재림의 삼천리호 자전거도 바람이 빠진 채 한쪽 구석에서 이 골목을 떠날 궁리나 하고 있다 임화의 네거리 순이가 아직도 빨간 딱지를 붙인 채 납작 엎드려 있다 숨죽이고 가는귀먹은 바람벽이나 선동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골목에 들어서는 사람은 이미 인생의 절반을 탕진해버리고 수십 번을 우려먹었을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사러 오는 사람일 것이다 사랑하는 영희에게 1975년 가을날 찬우라고 써 놓은 낙서가 좋아 박재삼 시인의 千年의 바람을 이천오백 원에 샀다 몸 구석구석.. 2025. 2. 24. 전생여행前生旅行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전생여행'입니다. 전생여행前生旅行 / 이권 지난밤 꿈속, 이승을 이탈한 내가 전생의 나를 찾아가고 있었다 수수가 익어가는 어느 변방 전생에 나의 어미였을 여자들이 주름진 얼굴로 내 곁을 지나갔다 지붕 위에서 저고리를 흔들며 나의 초혼을 부르는 전생의 아내 한 획 한 획 죄스러운 문장으로 쓰인 만장이 나를 따르고 있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이승의 내가부모미생전의 저승의 나에게너는 또 누구냐고 묻고 있었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도서출판애지. 2015. 2025. 1. 31. 손님구함 / 이권 손님구함 / 이권 동인천역 지나서 솔빛 마을 가는 길 송현시장 근처 속옷 가게에 손님구함 팻말이걸려있다 얼마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저런 팻말을 내걸었을까 속옷 가게가 심심한 것이 분명하다 오늘은 주인 여자의 하나뿐인 손님이고 싶다 그녀와 온종일 수다를 떨다 손을 잡고 나서는 그녀의 애인이고 싶다 솔빛마을 어느 문간방에 사글세를 얻어 한 철을 살다가는 그녀의 손님이 되는 것 어쩌면 가슴속에 끌어들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은근슬쩍 ‘손님구함’팻말을 눈속임으로 내걸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https://link.coupang.com/a/UyWuN 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 2025. 1. 20. 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덤’입니다. 덤 / 이권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의 부재 사이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빗살무늬 문양이 그려진너의 복숭아 뼈에서복사꽃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네가 한 마리 외로운짐승으로 지나갈 때 한 됫박 얹어 주고 싶은 사랑몰래 밀어 넣는다비 내리는 오후가 고요하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2015. 06. 2025. 1. 8. 386 Computer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386 Computer 입니다. 386 Computer / 이권 386 메모리와 격정의 시대를 탑재한 주인님 F1을 누르시고 잠시 기다려 주시면 늘 버걱거리는 주인님 생에 대해 몇 가지 도움말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육십 평생 압축해 놓았던 주인님 생애를 알집을 통해 풀어드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문장을 몰래 복사해 주인님 문장에 붙여 넣기를 시도한 흔적이 주인님 주름진 얼굴에서 발견되는군요. 차마 발설할 수 없었던 주인님의 치욕스런 문장은 여러 경로에 암호를 걸어 놓으신 채 숨겨 놓으셨고요. 수기 문서로 생을 계산하던 시대는 이미 박물관에 들어가 있지요. 엑셀의 함수에 주인님 사주팔자를 입력해보세요. 지금 사귀고 있는 늙은.. 2024. 12. 28. 짝퉁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짝퉁' 시입니다. 짝퉁 / 이권 생면부지의 사내한테 전화가 왔다 가짜인 네가진짜인 나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묻고 있다 나를 사칭하고 다니는 또 다른 나 이미 털릴 대로 털려 버린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로는더 이상 나를 증명할 수가 없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또 다른 내가 나를 복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매번 내가 나를 로그인 할 때마다 비밀번호가틀린다는 메시지가 뜬다 누군가 또 다른 비밀번호로 나를 바꿔 놓은 것이다 장평면 호적계장의 오기로 생산년도가 잘못 입력된 나의 바코드 태어난 시(時)가 자시(子時)인지 인시(卯時)인지도 불분명하다 거울 속의 내가 거울 밖의 나에게 성씨와 본관과 주민번호를 묻고 있다 너는 또 누구.. 2024. 12. 15. 혼잣말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혼잣말'입니다. 혼잣말 / 이권 한밤중에 오래된 집이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집을 지키느라 허리가 삐끗했거나 심심해서 말동무나 하려고 집주인을 부르고 있는 것 동구 밖 감나무에 까치 한 마리 앉아 있다누군가를 기다리며 혼자 울고 있다 저물녘 산길 걷는데 싸리나무가 외로운지내 팔을 툭 치며 말을 건네온다말이 많아도 외로운 사람이지만 벽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사람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2015. 06.https://link.coupang.com/a/UyWuN 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 2024. 12. 2. ONE + ONE / 이권 ONE + ONE / 이권 혼자 감당하기엔 자신이 없어닮은꼴 하나 불러들이는 ONE + ONE 가끔은 ONE + ONE 이 용량을 속이는실속이 없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거저얹어 주는 덤이라고맙게 생각되기도 한다 사람도 생각이 깊어질 때쯤 옆구리 허전한마음하나 끌고 와 ONE + ONE 으로사랑의 일가를 이루기도 한다 가끔은 사랑의 질량을 속여 파투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두 줄이 하나 되어 기다림의 시간을실어 나르는 철길처럼 둘이 묶임으로서하나가 되는 ONE + ONE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06.https://link.coupang.com/a/UyWuN 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 2024. 11. 17. 검은 나비 / 이권 검은 나비 / 이권 사내가 낡은 기타 줄을 고르고 있다 녹슨 심혈관을 오르던 맥박들이 박자를 잃는다 팽팽히 조여 오는 기타 줄 사내의 심장 속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검은 벌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사내가 푸른 음표가 그려진 알약을 복용 한다 잠시 후 날개를 펴고 훨훨 하늘을 날아오르는 나비들 사내는 심혈관을 오르다삑싸리난 한 마리 검은 나비였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도서출판 애지 2015. 06. 2024. 11. 7.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