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본문 바로가기
  • 너에게 반하다.
반응형

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63

속수무책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속수무책’입니다.  속수무책 / 이권  삼복염천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렸다반란은 언제나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적과 내통을 한 채 나를 공격해오는 반란군내 몸에 난리가 난 게 분명했다 뼈마디마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있는적의 척후병 목이 아프고 삭신이 쑤셔왔다 적의 공격을 막으려고 늙은의사가 써준 처방전으로 방어 전선을구축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 열흘간 내 몸을 침탈했던 바이러스가당신에게 옮겨갔다 아무런준비도 없이 나를 맞이한 당신 내가 당신을 사랑한 만큼 당신이 나를 보듬어 준 만큼 당신 몸에도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5. 16.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 이권 오늘 소개해드릴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입니다.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 이권   어머니가 아버지를 밤새 복사하여 나를 낳았듯 아내도 나를 베껴 뚱딴지같은 아들놈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천둥벌거숭이로 자라나던 시절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던 나에게 아버지는 네 몸에 양반 가문의 피가 흐른다며 케케묵은 연안 이씨 태자첨사공파 족보를 펼쳐 보이시곤 하였다. 그러나 내가 하고 다니는 짓거리를 보면 저 족보가 의심스럽기는 한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내가 부모를 지정하고 태어나는 것이라면 나는 가난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들놈도 나와 아내를 지정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밤 아무런 연락도 없이 .. 2024. 5. 7.
검은 바위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검은 바위’입니다.  검은 바위 / 이권  칠갑산에 등을 기댄 채 건너편 강마을을바라보고 있는 검은 바위그 밑으로 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다 수억만 년을 걸어 강마을에 도착했을 검은 바위 강마을에 큰물이 내려가도 맛 간처자 하나 강물 속으로뛰어들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다 대낮에도 검은 윤기가 흘러나오는 바위 강변의 모든 소리를 수집하였을 자귀나무와 온종일 방아만 찧고 있는  방아깨비와 함께 천만년이흘러내리는* 검은 바위의 묵언을 듣는다 * 유승도 시인의 시집 『천만년이 내린다』에서 차용.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 2024. 4. 26.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입니다.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땅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한 바다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한 거잠포 먼바다에 나가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끌고 온 영종호가 선착장에 매여 있다 하루 두 번씩 끝과 끝이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다 돌아가는 곳 바다와 땅의 경계에 선 왜가리 한 마리 목을 길게 빼든 채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땅끝에 눌러앉아 반쯤은 바다가 된 거잠포 시작과 끝이 만남과 헤어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달아실. 2023.03. 2024. 4. 19.
일체유심조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일체유심조’입니다. 일체유심조 / 이권 갯벌 속 가무락조개를 잡아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마다 도요새 부리도 자라나 비로소 긴부리도요새가 되었을 것이다 저 강물은 넓은 바다와 하나가 되고 싶은 시냇물들이 모여 서로의 꿈을 이끌고 오늘도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꽃다지는 겨우내 제 작은 몸을 덥히며 봄을 기다렸기에 마침내 너른 들녘에 노랗게 꽃다지 일가를 이루었을 것이다 저 산은 나무들이 품은 꿈만큼 오색딱따구리의 꿈만큼 푸르러질 것이고 저 바다는 어린 연어의 꿈만큼 괭이갈매기의 날갯짓만큼 넓어질 것이다 일체유심조 나는 흘러서 너에게 가고…,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4. 8.
유모차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수록된 ‘유모차’입니다. 유모차 / 이권 늦은 봄 오후 유모차가 할머니 손을 잡고 건넛마을로 마실을 가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유모차 할머니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아이의 환한 웃음을 싣고 푸른 길만을 산책하였을 유모차 오늘은 할머니 혼잣말을 싣고 궁시렁궁시렁 봄날 오후를 건너가고 있다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지 유모차가 할머니를 끌고 가는지 할머니와 하나가 된 유모차 여전히 동구 밖에서 세월아 네월아 서행 중이다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 2024. 3. 28.
청춘 예찬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시린 ‘청춘 예찬’입니다. 청춘 예찬 / 이권 혼자 네가 우는 것을 보았다. 세상은 네 의지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한 번도 세상은 평등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가끔은 타인에 의해 네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될지언정 너의 새로운 날을 위해 세상과 맞장뜨는 법을 익혀야 한다. 결례를 무릅쓰고 낯선 사람과 영혼 없는 의식도 치러야 하고 너의 가난한 사랑이 계량되기 전에 미리 헤어질 것을 대비하여야 한다. 네가 너를 위해 거짓말할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런 너를 보듬어주고 네가 너를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사랑이 너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그 아픔이 웃자라지 않도록 혼자 우는 연습도 하여야 한다. 집 .. 2024. 3. 22.
맞장을 뜨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맞장을 뜨다' 입니다. 맞장을 뜨다 / 이권 아내가 사대독자 잠지 만지듯 고추를 딴다 단단히 맞서고 있는 고추나무 목을 비틀어도 제 어미의 젖을 놓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다 어미가 목을 내준 고추나무도 있다 후끈 달아오른 오뉴월 땡볕과 여름날의 푸른 오기를 뭉쳐 약이 오를 만큼 오른 고추나무 몇 년 전 광화문 광장에 몰려들어 진도 앞바다의 바닷물을 죄다 퍼 올리던 백만 촛불의 고집을 닮았다 아내와 한판 대결이 한창인 고추밭 사방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g.c.. 2024. 3. 9.
꽃구경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실린 '꽃구경'입니다. 꽃구경 / 이권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 관광버스 한 대가 멈춰 서자 할머니 몇 분이 우르르 화장실로 몰려간다 얼마나 급한지 화장실 밖에서 치마를 걷어 올리며 들어가는 할머니도 있다 세상살이 팍팍해 여자이기를 포기했던 할머니들이 꽃구경 갔다 돌아가는 길이다 볼일을 마친 할머니 한 분 고쟁이를 추스르며 화장실 문을 나서고 있다 저녁노을 진 행담도 휴게소 할머니 허리춤에 고장 난 해시계 하나 달아주고 싶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2. 29.
뽕짝이 있는 풍경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시린 '뽕짝이 있는 풍경'입니다. 뽕짝이 있는 풍경 / 이권 형제 세탁소 김 씨 아저씨가 날마다 물을 뿌리고 다림질하여도 주름살이 펴지지 않는 백마장 영단주택 골목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가 쿵짝, 쿵짝 좁은 골목길을 돌고 또 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보다 비발디의 사계보다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불후의 명곡이 되는 곳 나훈아와 남진 이미자와 주현미 장윤정과 박현빈이 여전히 이 골목을 지배하고 있다 들어보나 마나 한 유행가 가사 같은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골목 슬픈 일이 있어도 기쁜 일이 있어도 반 박자 꺾어놓고 리듬을 타는 곳 오늘도 쿵짝, 쿵짝 사분의이박자로 풀리고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2024. 2. 23.
눈사람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눈사람’입니다. 눈사람 / 이권 엄마 아빠가 눈 내리는 밤을 밤새 굴려 나를 만들어냈어요. 계획에 없던 일이라 즉흥적으로 나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았나 봐요. 가끔 심술을 부리고 어깃장을 놓을 때마다 엄마 아빠는 자기들을 하나도 닮지 않은 불량한 새끼라고 욕을 했어요. 매일 싸움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눈사람 하나 만들어주지 않는 가난한 엄마 아빠가 나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어제는 온종일 눈이 내렸어요. 송이송이 쌓이는 함박눈과 하얀 어둠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숯검정을 가져다 눈과 코와 입을 그려 넣었어요. 빨간 모자도 씌워주고 노랑 목도리도 둘러주었어요. 콘돔을 끼워줄까 하다 그만두었어요. 날이 밝자 눈사람은 빨간 모자와 .. 2024. 2. 15.
시(詩) 오늘의 운세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시린 ‘오늘의 운세’입니다. 오늘의 운세 / 이권 아침마다 나도 내가 궁금해 오늘의 운세를 본다 삼재가 끼어 근심만 늘어날 일진인지 역마살 낀 방랑기에 몸만 고달픈 하루인지 운수대통할 팔자는 들어 있는지 도화살 낀 내 사랑은 안녕한지 망신살은 끼어있지 않은지 오늘을 점친다 북쪽에서 귀인이 찾아와 꽃길만 걷게 될 것이라는 점괘는 매번 나를 속여 왔으므로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 어제는 손 없는 날이라 하여 나를 바리바리 싸 들고 너를 마중 나갔지만 너는 오지 않았다 모든 행운은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몰래 다녀가곤 하였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03. 2024. 2. 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