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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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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63

마술이 필요한 시간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실린 ‘마술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마술이 필요한 시간 / 이권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마음이어서스스로 감옥을 짓고 징역살이하고 있다는 너 이 세상에 죄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또 다른 네가 너를 달래고 있다 지금은 너도 속고 나도 속는 마술이 필요한 시간거짓이든 트릭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네 몸에서 비둘기가 날든 장미꽃이 피어나든옛사랑을 소환하든 그것은 너의 자유 많은 사랑이 허용되지는 않겠지만 살다 보면 네 몸이 마술을 부리듯온몸 가득 꽃을 피워 올릴 때가 있을 것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 2025. 4. 9.
개꿈을 꾸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개꿈을 꾸다’ 입니다.  개꿈을 꾸다 / 이권   모든 빛을 죽이고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우며 어둠과 하나가 되는 저녁. 벽이 된 어둠에 기대어 그동안 꾸었던 천인공노할 꿈을 반성하며 자기 징벌의 시간을 갖는다. 자정을 향해 걸어가는 괘종시계 초침 소리가 바람벽에 까맣게 찍히고 있다. 지난밤 꾸었던 외간 여자와의 사랑이 탄로 날까 봐 어둠 속에 밀봉해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 읽는다. 내 꿈속으로 뛰어들어 흉흉한 기별이나 전하며 부지깽이를 들고 나를 쫓아오던 전생 후생의 수많은 당신.  천 길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나를 꿈 밖으로 데리고 나와 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세상을 보여주곤 하던 당신. 꿈은 계획도 없이 우발적으로 찾아오는 것이어.. 2025. 3. 28.
복화술사 아버지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복화술사 아버지’입니다. 복화술사 아버지 / 이권 붉은 청양고추 두어 개, 굵은 소금 한 꼬집, 물 한 됫박 붓고, 바람 든 무와 속이 텅 빈 아버지의 발걸음을 숭숭 썰어 버무리면 시큼한 나박김치가 될 것 같은 봄날. 툇마루에 앉아 오랜 세월에도 뜸 들지 않은 설익은 나이를 하나둘 세고 계신 아버지. 막행막식莫行莫食의 계절을 건너오는 동안 아버지 몸속으로 날아든 검은 나비 떼. 몸 곳곳에 하얗게 알을 슬어놓았다. 시절이 하 수상할 때마다 수런수런 알들은 부화되고 아버지 심장 속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검은 벌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살을 섞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복화술의 시대. 아버지 몸속에서 폭탄 돌리기 .. 2025. 3. 18.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권 일요일 아침 너는 부활절 예배드리려 성경책과삶은 달걀을 들고 순복음교회에 가고 나는 초하루 신중기도 드리려 절복을 입고백팔 염주를 돌리며 부루나포교원에 갔다 너는 점심으로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었고나는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었다 너는 푹푹 찌는 여름날보다 함박눈송이송이 내리는 추운 겨울을 좋아했고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추운 겨울보다 푸르름이한 질씩 자라나는 더운 여름을 좋아했다 닮음보다 다름이 많은 우리가이 세상에 온 이유조차 모르는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될 때가 있다그것은 애국가를 부를 때도 아니고 국기에 대하여 경례할 때도 아닌네가 나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을 때이다 * 오늘 소개한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에 실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실린 시입니다. h.. 2025. 2. 8.
끼리끼리 모여 산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끼리끼리 모여 산다’입니다.  끼리끼리 모여 산다 / 이권  초록은 동색 까마귀도 도요새도 고라니도 너구리도 하루살이도 사람도 싫든 좋든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우리가 남인가 하며 끼리끼리 모여 산다 끼리끼리 모여 밥을 먹고 아옹다옹 싸움도 하고  연애질도 한다 그러다가 저를 닮은 새끼를 낳아 키우며파란만장한 가계家系를 일으켜 세운다 종족이라는 이유로 씨족이라는 이유로가족이라는 이유로 사람이라는 이유로 웃고 울며 희망하고 절망하며 선택하고 포기하며 오늘도  우리는 끼리끼리 모여 산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 2025. 1. 26.
잊혀진 계절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잊혀진 계절’입니다.  잊혀진 계절 / 이권  발신인도 없는 흉흉한 기별이 떠도는 거리를지날 때 함박눈이 송이송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름 대신 예쁜 가명으로만 불리던누이들의 소식이 삐라처럼 뿌려지던 골목 임신 대기 중인 누이들이 TV 속 남자 배우와배란일을 맞추며 상상 임신을 하던 곳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한 사내들이밤마다 저를 탕진하기 위해 모여들곤 하였다 도둑고양이처럼 나타났던 사내들이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던 곳 그 많던 누이들은 다 어디 갔을까노란 집이 예쁘게 앉아 있었다던 동네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 2025. 1. 17.
나도박달나무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소개된 ‘나도박달나무’입니다.  나도박달나무 / 이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하늘공원 발밑 바라보며저마다 뿌리 점을 치고 있는 나무들 제 이름을 불러달라는 듯 잊지 말고기억해달라는 듯 이름표 하나씩 달고 서 있다 나무들의 족보와 생김새 꽃피는 계절혼례 하는 시기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하얗게 봄을 밝힌 벚나무여전히 봄의 들러리로 길가에 서 있다 영산홍 꽃밭을 지나 일렬횡대로 늘어선화살나무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박달나무가 되고 싶어 나도박달나무라는이름표를 달고 있는 복자기나무 한 그루 나도 복자기나무처럼 누군가를 닮고 싶어누군가를 몰래 흉내 내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 2025. 1. 3.
셀카를 찍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셀카를 찍다’ 입니다.  셀카를 찍다 / 이권  스마트폰으로 내가 나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본다주름진 얼굴에 굳게 다문 입술 얼마나 무뚝뚝한 얼굴을 하였는지융통성이 없는 인간인지를 증명하고 있다불평불만이 가득한 얼굴 정말 내가 보아도 대책 없는 얼굴이다동네 개들도 나만 보면 모두 나와 짖는다 직장 다닐 때 불친절하게 생긴얼굴이라고 민원을 받아 내가나를 해명하느라 애를 먹은 경우가 있었다 지난봄 목련꽃과 함께 찍은 독사진 아무리뽀샵질을 하여도 평생의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또다시 스마트폰으로 하나, 둘, 셋 내가나를 찍는다 여전히 웃는 모습이 불편하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 2024. 12. 19.
재인폭포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재인폭포’입니다.  재인폭포 / 이권  하늘에서 무작정 뛰어내린 빗방울들이모여 또다시 천 길 절벽 아래로뛰어내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재인폭포* 기어코 하늘 한쪽을 끌고 내려와용소에 기둥을 처박고 만다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순식간에 몸을내던지고 마는 폭포의 단호함이 있다 천지간의 소리를 모두 삼켜버리고재인의 사랑까지 삼켜버린 재인폭포 떨어지는 일에 그만 싫증이 나면폭포도 가끔은 천 길 낭떠러지를 되돌려 재인의 사랑까지 토해놓고거꾸로 흐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폭포.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 12. 6.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 이권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 이권  예전에는 제 몫 빼앗기고 복장 터진 사람들이내 몫 내놓으라고 죽을 둥 살 둥 데모했다 요즈음은 가진 자들이 더 많이가지려고 남의 것 더빼앗으려고 힘자랑하듯 데모를 한다 툭 하면 네 편 내 편 갈리어술주정하듯 핏대를 올리며 데모를 한다 더는 너 잘되는 것 못 보겠다며보수와 진보가 자본과 노동이 젊은이와 늙은이가 당신과 내가습관처럼 데모를 한다세상이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 정희성 시인의 시 「세상이 달라졌다」에서 차용.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4. 11. 27.
돌부처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돌부처’라는 시입니다.  돌부처 / 이권  경주 남산 마애여래좌상 돌부처노을 진 금오봉을 바라보고 있다 수천 수백만 번의 정 질로바위 속 부처를 꺼냈을 사람들 돌 속에 부처의 마음을 새겨 넣는 일은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바위도 저를 버리고 부처가되는 데 수억만 년이 걸렸을 것이다 경주 남산에는 아직도 바위 속에들어 계신 수많은 부처가 있을 것 나도 저 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가돌부처가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나를 꺼내줄 때까지한 일억만 년쯤 살다 나오고 싶다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 2024. 11. 11.
변두리에 변두리만 모여 산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변두리에 변두리만 모여 산다’입니다.  변두리에 변두리만 모여 산다 / 이권  잠깐 꽃구경을 나왔다비명횡사한 꽃뱀의 장례가 며칠째치러지고 있는 산마을 누군가 몰래 내다 버린쓰레기더미 속에서 피어난산국화가 노란 조등을 내걸고 있다 도꼬마리와 도깨비바늘과까마중이 까마귀의울음소리를 들으며 까맣게 익어가는 곳 문수리 가는 막차가 반거충이사내 하나를 부려놓고 가면 검은 산에 눌러앉은 산마을도도깨비불 떠다니던섬강도 모두 변두리가 된다 변두리에 변두리만 모여 산다* * 최한식 수필집 『변두리에 변두리가 산다』에서 차용.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 2024.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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