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62 나머지 공부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나머지 공부’입니다. 나머지 공부 / 이권 나로부터 자꾸만 달아나려는 당신을 위해 내가할 수 있는 일이란 당신을 멀리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당신을 떠나보내고 나서는 곧바로당신을 마중 나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랑은 무허가이기에 언제 쫓겨날지모르는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다리던 당신은 오지 않고 먼 곳에서당신이 나를 버리고 있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선 새로운 바람과비가 필요하듯이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나에게도 새로운 계절이 필요하겠지요 사랑한다는 것은 방과 후 수업의나머지 공부 같은 것이어서 사랑에 서툰나는 날마다 당신을 복습 중입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 2024. 7. 3. 그에게 가고 싶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그에게 가고 싶다’ 입니다. 그에게 가고 싶다 / 이권 한 번도 삶의 과녁을 명중시키지 못한 내가꽃 피는 봄을 다시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음에도불구하고 아직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누구 하나 나를 거들떠보지 않을 때도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도 어떤 신비한 힘을 가진 이가 있어나를 돌봐주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다녀도 모두가상종 못 할 인간이라고 욕을 하여도 언제나 묵묵히 나를 지켜주고보살펴주고 있는 이 그에게 가고 싶다 엄마…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6. 21.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입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 이권 보나 마나 한 뻔한 이야기의 일일연속극이끝나고 시그널 음악과 함께 9시 뉴스가 시작된다 양손에 쇠고랑을 찬 중년의 사내가 모자를푹 눌러 쓴 채 TV 속에서 걸어 나왔다 도망칠 곳은 오직 감옥뿐인 외통수에걸려든 사내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코와 눈이 점점 땅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사내 플래시가 터지고 이미 죽일 놈이 된그에게 많은 질문과 야유가 쏟아져 내렸다 네가 사람이냐며 온갖 욕설을 들으며TV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 사내 내일 저녁 일일연속극이 끝나면 또 한 사내가포승줄에 묶인 채 9시 뉴스에 끌려 나올 것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 2024. 5. 30. 오래된 골목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오래된 골목’입니다. 오래된 골목 / 이권 신점을 잘 친다는 처녀 보살의 천기가 누설되는 산동네 마을. 삶이라는 것이 원래 예행연습 없이 곧바로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어서 골목 안은 늘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싸움질 소리로 푸른 멍이 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 숙성된 소문들이 밤새 카톡카톡 떠돌아다닌 다음 날이면, 단톡방 알림창에는 축 이혼의 공지 사항이 인사말로 떠오르곤 하였다. 계절이 바뀌어도 해가 바뀌어도 갓난아이가 아버지가 되어도 가난이 떠나지 않는 동네. 어떤 방정식도 풀리지 않는 꼼수 많은 골목이 되어갔다. 모두가 엑스트라인 이곳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이야기가 전설처.. 2024. 5. 22. 속수무책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속수무책’입니다. 속수무책 / 이권 삼복염천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렸다반란은 언제나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적과 내통을 한 채 나를 공격해오는 반란군내 몸에 난리가 난 게 분명했다 뼈마디마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있는적의 척후병 목이 아프고 삭신이 쑤셔왔다 적의 공격을 막으려고 늙은의사가 써준 처방전으로 방어 전선을구축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 열흘간 내 몸을 침탈했던 바이러스가당신에게 옮겨갔다 아무런준비도 없이 나를 맞이한 당신 내가 당신을 사랑한 만큼 당신이 나를 보듬어 준 만큼 당신 몸에도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5. 16.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 이권 오늘 소개해드릴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입니다.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 이권 어머니가 아버지를 밤새 복사하여 나를 낳았듯 아내도 나를 베껴 뚱딴지같은 아들놈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천둥벌거숭이로 자라나던 시절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던 나에게 아버지는 네 몸에 양반 가문의 피가 흐른다며 케케묵은 연안 이씨 태자첨사공파 족보를 펼쳐 보이시곤 하였다. 그러나 내가 하고 다니는 짓거리를 보면 저 족보가 의심스럽기는 한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내가 부모를 지정하고 태어나는 것이라면 나는 가난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들놈도 나와 아내를 지정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밤 아무런 연락도 없이 .. 2024. 5. 7. 검은 바위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검은 바위’입니다. 검은 바위 / 이권 칠갑산에 등을 기댄 채 건너편 강마을을바라보고 있는 검은 바위그 밑으로 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다 수억만 년을 걸어 강마을에 도착했을 검은 바위 강마을에 큰물이 내려가도 맛 간처자 하나 강물 속으로뛰어들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다 대낮에도 검은 윤기가 흘러나오는 바위 강변의 모든 소리를 수집하였을 자귀나무와 온종일 방아만 찧고 있는 방아깨비와 함께 천만년이흘러내리는* 검은 바위의 묵언을 듣는다 * 유승도 시인의 시집 『천만년이 내린다』에서 차용.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 2024. 4. 26.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입니다.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땅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한 바다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한 거잠포 먼바다에 나가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끌고 온 영종호가 선착장에 매여 있다 하루 두 번씩 끝과 끝이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다 돌아가는 곳 바다와 땅의 경계에 선 왜가리 한 마리 목을 길게 빼든 채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땅끝에 눌러앉아 반쯤은 바다가 된 거잠포 시작과 끝이 만남과 헤어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달아실. 2023.03. 2024. 4. 19. 일체유심조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일체유심조’입니다. 일체유심조 / 이권 갯벌 속 가무락조개를 잡아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마다 도요새 부리도 자라나 비로소 긴부리도요새가 되었을 것이다 저 강물은 넓은 바다와 하나가 되고 싶은 시냇물들이 모여 서로의 꿈을 이끌고 오늘도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꽃다지는 겨우내 제 작은 몸을 덥히며 봄을 기다렸기에 마침내 너른 들녘에 노랗게 꽃다지 일가를 이루었을 것이다 저 산은 나무들이 품은 꿈만큼 오색딱따구리의 꿈만큼 푸르러질 것이고 저 바다는 어린 연어의 꿈만큼 괭이갈매기의 날갯짓만큼 넓어질 것이다 일체유심조 나는 흘러서 너에게 가고…,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4. 8. 유모차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수록된 ‘유모차’입니다. 유모차 / 이권 늦은 봄 오후 유모차가 할머니 손을 잡고 건넛마을로 마실을 가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유모차 할머니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아이의 환한 웃음을 싣고 푸른 길만을 산책하였을 유모차 오늘은 할머니 혼잣말을 싣고 궁시렁궁시렁 봄날 오후를 건너가고 있다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지 유모차가 할머니를 끌고 가는지 할머니와 하나가 된 유모차 여전히 동구 밖에서 세월아 네월아 서행 중이다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 2024. 3. 28. 청춘 예찬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시린 ‘청춘 예찬’입니다. 청춘 예찬 / 이권 혼자 네가 우는 것을 보았다. 세상은 네 의지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한 번도 세상은 평등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가끔은 타인에 의해 네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될지언정 너의 새로운 날을 위해 세상과 맞장뜨는 법을 익혀야 한다. 결례를 무릅쓰고 낯선 사람과 영혼 없는 의식도 치러야 하고 너의 가난한 사랑이 계량되기 전에 미리 헤어질 것을 대비하여야 한다. 네가 너를 위해 거짓말할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런 너를 보듬어주고 네가 너를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사랑이 너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그 아픔이 웃자라지 않도록 혼자 우는 연습도 하여야 한다. 집 .. 2024. 3. 22. 맞장을 뜨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맞장을 뜨다' 입니다. 맞장을 뜨다 / 이권 아내가 사대독자 잠지 만지듯 고추를 딴다 단단히 맞서고 있는 고추나무 목을 비틀어도 제 어미의 젖을 놓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다 어미가 목을 내준 고추나무도 있다 후끈 달아오른 오뉴월 땡볕과 여름날의 푸른 오기를 뭉쳐 약이 오를 만큼 오른 고추나무 몇 년 전 광화문 광장에 몰려들어 진도 앞바다의 바닷물을 죄다 퍼 올리던 백만 촛불의 고집을 닮았다 아내와 한판 대결이 한창인 고추밭 사방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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