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63 아주 그냥 죽여줘요*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아주 그냥 죽여줘요’ 입니다. 아주 그냥 죽여줘요* 일요일 오후 307번 시내버스 타고 영종하늘도시에서 동인천 가는 길. 버스가 영종대교를 건너갈 때쯤 잠깐 선잠이 들었다. 내가 잠이 든 사이에도 설악산 산 중턱에 있던 뭉게구름은 태백산맥을 넘어왔을 것이고, 바람은 남대천 은어의 지느러미를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왔을 것이다. 서귀포 앞바다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새끼 고래를 데리고 봄 소풍을 나왔을 것이다. 북성포구 똥 마당으로 생선 동냥을 나가던 길고양이가 인천항 8부두 앞에서 로드킬을 당했을 시간. 전국노래자랑에서 박현빈이 ‘아주 그냥 죽여줘요.’를 부르며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을 때 사람들은 앵콜을 부르며 환장을 했을 .. 2024. 10. 19. 똥 광을 팔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꽁광을 팔다’ 입니다. 똥 광을 팔다 / 이권 친구 어머니 부음을 받고 장례식장에 갔다지하 1층 빈소 사람들은늘 음습한 곳에서 예를 갖춘다 죽음 앞에선 모든 표정이 경건하다아비 없는 후레자식도 예의가 바르다 국화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니금방이라도 내려와밥 한 상 차려주실 것 같다 자식들에게 평생 피박만 쓰고 사셨다는 어머니 친구는 고스톱판에서 광을 파느라바쁘고 어머니는 온종일절을 받느라 죽어서도 바쁘시다 창밖 오동나무에 똥 광 한 장 걸려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10. 5. 까마귀 날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까마귀 날다’ 입니다. 까마귀 날다 / 이권 늦가을 오후 엄니 산소 가는 자드락길 밤나무 가지에 걸린 새 한 마리검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발뒤꿈치 들고 가만히 다가가 보니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검정 비닐봉지였다 안과 밖을 비우고 하늘로 올라가검은 새가 되려 했던 비닐봉지 밤나무 가지에 걸린 비닐봉지를날려주며 그동안 내 안에서자라던 검은 새 한 마리 날려 보낸다 까마귀 울음소리 까맣게 들려오는산마을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 2024. 9. 26. 김포에서 박촌 가는 길 / 이권 김포에서 박촌 가는 길 / 이권 늦가을 오후 81번 시외버스 타고 김포에서 박촌 가는 길 버스가 오류동 양평해장국 집 앞을 지날 때 어린아이 손을 잡고 저녁노을을 끌고 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도 저 여자를 따라가 그녀의 아들이 되고 싶다 어린 새끼가 되어 그녀의 품 안에서 하룻밤 푹 자다 나오고 싶다 그 옛날 나에게도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으라 부르던 엄마가 있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4. 8. 30. 짐승의 시간*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짐승의 시간’입니다. 짐승의 시간* / 이권 밤새 달려온 기차가 서울역에도착하는 순간 어제가 오늘이 되어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고있다는 소식이 봄소식과 함께 전해왔다 무료 급식소가 있었던 자리 한 아버지가 말줄임표로 서 있다이틀 동안 아무것도먹지 못한 그림자도 함께 서 있다 무쇠 바퀴 굴러가는쇠 울음소리 들리는 서울역 사금파리를 입에 문 그믐달이염천교 다리 위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 이탈리아 루도비코 디 마르티노 감독의 영화 에서 차용.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 2024. 8. 20.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입니다.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 이권 당신과 함께한 날이 쌓여갈수록 당신과함께할 날이 또 하루 줄어들었음을 압니다 내년 봄에 필 꽃을 미리 당겨 핀가을 장미처럼 계절은 철이 없습니다 육십갑자를 돌아 나오는 동안많은 꽃이 피었다 지었습니다 삼시 세끼를 먹는 동안 몇 번의 후회가찾아왔고 깨달음은 이미 모든 것이끝난 뒤 너무 늦게 당도하곤 하였습니다 쑥국, 쑥국, 쑥국새 울음소리와 함께오늘이 또 어제처럼 지고 당신과 함께할 날이 또 하루 줄어든대도나는 날마다 당신을 마중 나갈 것입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 2024. 8. 6. 사람을 사람 밖으로 버리지 말자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사람을 사람 밖으로 버리지 말자’ 입니다. 사람을 사람 밖으로 버리지 말자 / 이권 이제 그 사람 필요 없다고 사람을 사람 밖으로 버리지 말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저마다의 살아가야 할 이유와 희망을 찾는 법 내 사람이 아니라고 내 편이 아니라고 사람을 사람 밖으로 버리지 말자 사람을 사람 밖으로 버리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누구에게는 전부인 그 사람 사람을 사람 밖으로 함부로 버리지 말자 * 공지영 작가의 소설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차용.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ng... 2024. 7. 23. 바지랑대를 들고 하늘을 털러 가자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바지랑대를 들고 하늘을 털러 가자’ 입니다. 바지랑대를 들고 하늘을 털러 가자 / 이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일 때바지랑대를 들고 하늘을 털러 가자 견우와 직녀가 사라진 오작교도 털고돈 없으면 영영 못 가는극락과 천당도 털러 가자 고추잠자리 나는 산밑 모퉁이 밭어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으며바지랑대를 들고 하늘을 털러 가자 너무 먼 곳에 계셔 한 번도뵙지 못한 하늘님과 하늘로 올라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선녀님이내려올 수 있도록바지랑대를 들고 하늘을 털러 가자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COUPANGwww.coupa.. 2024. 7. 13. 나머지 공부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나머지 공부’입니다. 나머지 공부 / 이권 나로부터 자꾸만 달아나려는 당신을 위해 내가할 수 있는 일이란 당신을 멀리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당신을 떠나보내고 나서는 곧바로당신을 마중 나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랑은 무허가이기에 언제 쫓겨날지모르는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다리던 당신은 오지 않고 먼 곳에서당신이 나를 버리고 있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선 새로운 바람과비가 필요하듯이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나에게도 새로운 계절이 필요하겠지요 사랑한다는 것은 방과 후 수업의나머지 공부 같은 것이어서 사랑에 서툰나는 날마다 당신을 복습 중입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https://lin.. 2024. 7. 3. 그에게 가고 싶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그에게 가고 싶다’ 입니다. 그에게 가고 싶다 / 이권 한 번도 삶의 과녁을 명중시키지 못한 내가꽃 피는 봄을 다시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음에도불구하고 아직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누구 하나 나를 거들떠보지 않을 때도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도 어떤 신비한 힘을 가진 이가 있어나를 돌봐주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다녀도 모두가상종 못 할 인간이라고 욕을 하여도 언제나 묵묵히 나를 지켜주고보살펴주고 있는 이 그에게 가고 싶다 엄마…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2024. 6. 21.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입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 이권 보나 마나 한 뻔한 이야기의 일일연속극이끝나고 시그널 음악과 함께 9시 뉴스가 시작된다 양손에 쇠고랑을 찬 중년의 사내가 모자를푹 눌러 쓴 채 TV 속에서 걸어 나왔다 도망칠 곳은 오직 감옥뿐인 외통수에걸려든 사내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 코와 눈이 점점 땅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사내 플래시가 터지고 이미 죽일 놈이 된그에게 많은 질문과 야유가 쏟아져 내렸다 네가 사람이냐며 온갖 욕설을 들으며TV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 사내 내일 저녁 일일연속극이 끝나면 또 한 사내가포승줄에 묶인 채 9시 뉴스에 끌려 나올 것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 2024. 5. 30. 오래된 골목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오래된 골목’입니다. 오래된 골목 / 이권 신점을 잘 친다는 처녀 보살의 천기가 누설되는 산동네 마을. 삶이라는 것이 원래 예행연습 없이 곧바로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어서 골목 안은 늘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싸움질 소리로 푸른 멍이 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 숙성된 소문들이 밤새 카톡카톡 떠돌아다닌 다음 날이면, 단톡방 알림창에는 축 이혼의 공지 사항이 인사말로 떠오르곤 하였다. 계절이 바뀌어도 해가 바뀌어도 갓난아이가 아버지가 되어도 가난이 떠나지 않는 동네. 어떤 방정식도 풀리지 않는 꼼수 많은 골목이 되어갔다. 모두가 엑스트라인 이곳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이야기가 전설처.. 2024. 5. 22. 이전 1 2 3 4 5 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