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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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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62

모두가 안녕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모두가 안녕’입니다. 모두가 안녕 / 이권 부평 가족 공원묘지 한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산을 오르고 있다 고생만 하다 살 만하니 간다며 다음에 또 만나자고 부디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한다 서로의 안녕을 물으며 또 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산에서 내려가는 사람들 새로 생긴 봉분 하나가 그동안 고마웠다며 조용히 이들을 배웅하고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g.com ".. 2023. 11. 1.
인사도 없이 함부로 간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인사도 없이 함부로 간다’입니다. 인사도 없이 함부로 간다 / 이권 봄바람에 목련꽃이 지고 있다 우렁각시 같은 네가 천둥벌거숭이 같은 내게 들어와 꽃을 피워 올렸다 그 누구도 내 사랑을 증명하지 않던 계절에도 너는 피어나 봄을 밝혔다 장끼 날아오르는 소리에 기어코 하늘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봄날 오후 일 년 동안 쓸 사랑을 모두 탕진한 너는 허공에 꽃무늬 낙관을 찍으며 떨어져 내렸다 너는 올 때도 기별 없이 함부로 오더니 갈 때도 인사도 없이 함부로 간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 2023. 10. 31.
강마을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강마을’입니다. 강마을 / 이권 흑염소 울고 물총새 높이 나는 강마을 바람 불 때마다 꽃단장한 집들이 하얗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초이레 낮달과 뭉게구름을 둥실 띄워놓은 천강 백구가 강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 바라보며 허드레 울음을 울고 있다 꽃잎 다 떨어져 내리고 꽃상여 한 척 청산에 들면 강마을에 뻐꾸기 울음소리만 한 질씩 자라날 것이다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3. 10. 26.
징검다리 / 이권 시집 오늘 소개할 시 '징검다리'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여는 첫 번째 시입니다. 징검다리 / 이권 징검다리가 당신을 건너가고 있다 눈대중으로 몇 번 당신의 다리를 건너갔을 뿐 한 번도 당신을 건너가본 적이 없다 여름 내내 소낙비 소리와 천둥소리가 당신의 다리를 건너다녔다 만남과 헤어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당신의 다리 당신이 떠나고 나면 저 다리는 폭파된다 나를 복구시키는 것은 언제나 당신 몫이다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3. 10. 24.
까치내 2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까치내 2입니다. 까치내는 시인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 마을 이름입니다. 까치내 2 / 이권 서당골 선바위에 초이레 낮달이 떠 있고 써레질 끝난 다랑논에 푸른 하늘이 내려와 있다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가 울고 중풍 걸린 엄니가 장다리꽃 핀 남새밭을 지나 논두렁길을 끌며 큰어머니 집으로 마실을 가고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3. 10. 18.
까치내 1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까치내 1입니다. 까치내는 시인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 마을 이름입니다. 까치내 1 / 이권 가리점과 웃말 고무래봉과 서당골 안뜸과 장자울이 있는 마을 냇가에 떨어지던 여름날의 소낙비 소리와 저물녘 마당귀에 쌓이던 싸락눈 소리 첩첩산중을 끌고 까치내에 도착한 길들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 마을과 마을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던 초승달이 징검다리를 건너던 마을 아버지 엄니 산소가 있고 형과 형수가 집 앞 감나무와 함께 늙어가는 곳 천둥벌거숭이로 자란 나의 고향 땅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G www.cou.. 2023. 10. 17.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권 일요일 아침 너는 부활절 예배드리려 성경책과 삶은 달걀을 들고 순복음교회에 가고 나는 초하루 신중기도 드리려 절복을 입고 백팔 염주를 돌리며 부루나포교원에 갔다 너는 점심으로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었고 나는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었다 너는 푹푹 찌는 여름날보다 함박눈 송이송이 내리는 추운 겨울을 좋아했고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추운 겨울보다 푸르름이 한 질씩 자라나는 더운 여름을 좋아했다 닮음보다 다름이 많은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조차 모르는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될 때가 있다 그것은 애국가를 부를 때도 아니고 국기에 대하여 경례할 때도 아닌 네가 나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을 때이다 * 오늘 소개한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에 실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실린 .. 2023. 10. 15.
복화술사 아버지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복화술사 아버지’입니다. 복화술사 아버지 / 이권 붉은 청양고추 두어 개, 굵은 소금 한 꼬집, 물 한 됫박 붓고, 바람 든 무와 속이 텅 빈 아버지의 발걸음을 숭숭 썰어 버무리면 시큼한 나박김치가 될 것 같은 봄날. 툇마루에 앉아 오랜 세월에도 뜸 들지 않은 설익은 나이를 하나둘 세고 계신 아버지. 막행막식莫行莫食의 계절을 건너오는 동안 아버지 몸속으로 날아든 검은 나비 떼. 몸 곳곳에 하얗게 알을 슬어놓았다. 시절이 하 수상할 때마다 수런수런 알들은 부화되고 아버지 심장 속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검은 벌레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살을 섞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복화술의 시대. 아버지 몸속에서 폭탄 돌리기 게임에 열.. 2023. 10. 11.
끼리끼리 모여 산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끼리끼리 모여 산다’입니다. 끼리끼리 모여 산다 / 이권 초록은 동색 까마귀도 도요새도 고라니도 너구리도 하루살이도 사람도 싫든 좋든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우리가 남인가 하며 끼리끼리 모여 산다 끼리끼리 모여 밥을 먹고 아옹다옹 싸움도 하고 연애질도 한다 그러다가 저를 닮은 새끼를 낳아 키우며 파란만장한 가계家系를 일으켜 세운다 종족이라는 이유로 씨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람이라는 이유로 웃고 울며 희망하고 절망하며 선택하고 포기하며 오늘도 우리는 끼리끼리 모여 산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 2023. 10. 8.
잊혀진 계절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잊혀진 계절’입니다. 잊혀진 계절 / 이권 발신인도 없는 흉흉한 기별이 떠도는 거리를 지날 때 함박눈이 송이송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름 대신 예쁜 가명으로만 불리던 누이들의 소식이 삐라처럼 뿌려지던 골목 임신 대기 중인 누이들이 TV 속 남자 배우와 배란일을 맞추며 상상 임신을 하던 곳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한 사내들이 밤마다 저를 탕진하기 위해 모여들곤 하였다 도둑고양이처럼 나타났던 사내들이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던 곳 그 많던 누이들은 다 어디 갔을까 노란 집이 예쁘게 앉아 있었다던 동네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2023. 10. 4.
나도박달나무 / 이권 나도박달나무 / 이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하늘공원 발밑 바라보며 저마다 뿌리 점을 치고 있는 나무들 제 이름을 불러달라는 듯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는 듯 이름표 하나씩 달고 서 있다 나무들의 족보와 생김새 꽃피는 계절 혼례 하는 시기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하얗게 봄을 밝힌 벚나무 여전히 봄의 들러리로 길가에 서 있다 영산홍 꽃밭을 지나 일렬횡대로 늘어선 화살나무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박달나무가 되고 싶어 나도박달나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복자기나무 한 그루 나도 복자기나무처럼 누군가를 닮고 싶어 누군가를 몰래 흉내 내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COUPAN.. 2023. 9. 29.
셀카를 찍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셀카를 찍다’ 입니다. 셀카를 찍다 / 이권 스마트폰으로 내가 나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본다 주름진 얼굴에 굳게 다문 입술 얼마나 무뚝뚝한 얼굴을 하였는지 융통성이 없는 인간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불평불만이 가득한 얼굴 정말 내가 보아도 대책 없는 얼굴이다 동네 개들도 나만 보면 모두 나와 짖는다 직장 다닐 때 불친절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민원을 받아 내가 나를 해명하느라 애를 먹은 경우가 있었다 지난봄 목련꽃과 함께 찍은 독사진 아무리 뽀샵질을 하여도 평생의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또다시 스마트폰으로 하나, 둘, 셋 내가 나를 찍는다 여전히 웃는 모습이 불편하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 202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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