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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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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 』63

지천리 3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지천리 3' 입니다.  지천리 3 / 이권  조상 대대로 칠갑산 옆구리를 이가 시리도록 빨아먹고 사는 마을 가리점과 윗말을 지나 안뜸에 이르면시냇물이 갈지자로 흐르는 까치내가 있다 물 위에 한 발 한 발도장을 찍으며 건너는 마을 이가 듬성듬성 빠진 채 치통을 앓고 있다 온 산을 흔들며 산비탈을 오르는 경운기 목멘 소리에 까치내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아무리 일하여도 허리띠를 졸라매도가난이 떠나지 않던 남루한 마을 윗말 신작로가 어둑해져도 황새기젓 사러청양장에 간 엄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 2024. 5. 18.
어떤 누명 / 이권 어떤 누명 / 이권    내 나이 열아홉 살 때 큰집 농사지으며 살 때 서울에 살던 큰어머니가 내려와 며칠 동안 같이 머문 적이 있다. 큰어머니 쌈짓돈 3,000원이 없어졌다며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일어났다. 집안 식구 모두 나를 의심했다. 열일곱 살 때 아버지 돈을 훔쳐 무작정 상경을 한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주겠다고 그 돈 어디에 썼냐며 아버지가 나를 추궁했지만, 돈을 훔치지 않은 나는 그전의 이력 때문에 아무리 항변해도 이미 도둑놈이 되어 있었다.   오늘 뉴스에 나온 저 사람 살인죄 누명을 쓰고 한 달도 아니고 일 년도 아닌 십 년간 옥살이하다 진범이 잡혀 무죄로 풀려났다고 한다.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으로 허위자백을 강요해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 2024. 5. 10.
수련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시 ‘수련’입니다.  수련 / 이권  꽃단장하고 있는 아침 연못 사방이 꽃잎 여는 소리로 분주하다 소금쟁이가 그려내는 동그라미 속으로 하얀 낮달이 내려와 있다 물뱀이 지나갈 때 수면 위에 잠시 소름이 돋아났을 뿐 연못은 잠잠하다 건너편에서 하얀 손을 흔들고 있는 너 나는 너에게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벌 한 마리 잠시 다녀갔을 뿐인데내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내가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하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06. 2024. 5. 1.
염화미소 / 이권 염화미소 / 이권 이심전심以心傳心 하늘과 땅을 밝히며 환하게 피어나는 봄 네 몸 가득 돋아나는 음계에 나의 굿거리장단을 얹어 한바탕 사랑가라도 부르고 싶다 허공 가득 꽃잎 풀어 놓고 아직도 묵언 중인 너 너를 흔들어 놓으려는 황사바람 십 리 밖에서 수수꽃다리와 대치 중이다 죽은 부처가 관 밖으로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이제 네가 꽃 한 송이 내밀어 보일 때이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2018.06. 도서출판b. 2024. 4. 23.
침몰하는 저녁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쩨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침몰하는 저녁'입니다. 침몰하는 저녁 / 이권 저물녘 동인천 양키시장 모퉁이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여자가 울고 있다 그녀의 몸이 얼마나 허술하게 봉인되어 있는지 입과 코에서 연신 울음이 새어나온다 그녀의 울음에 훌쩍훌쩍 파도를 타고 있는 골목 점점 침몰해가고 있다 가끔씩 슬픔을 길어 올려야 또 다른 삶을 마중 나갈 수 있는 것 한참을 울던 여자가 골목 끝을 짚고 일어서고 있다 골목 안의 울음을 주섬주섬 수습하며 돌아가고 있다 검게 그을린 하늘 한바탕 소낙비라도 퍼부었으면 좋겠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06 2024. 4. 13.
오늘의 뉴스 /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오늘의 뉴스’입니다. 오늘의 뉴스 / 이권 이웃집 재봉이 큰딸 영희 돌잔치가 계산동 천년 뷔페에서 오후 두 시에 있다는 것과 동식이네 진돗개가 밤새 강아지 다섯 마리를 낳았다는 소식과 은하수다방 김 양의 팬티가 장미꽃이 그려진 붉은 망사 팬티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봄소식 전하는 기상캐스터의 화사한 발목 아래로 임금 체불 당한 노동자가 투신자살했다는 뉴스가 한 줄 자막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 b. 2018. 06. 2024. 4. 4.
낮달 / 이권 낮달 / 이권 햇빛 환한 봄날 정수사 느티나무에 기대어 비구니 스님이 올리는 사시예불 소리를 듣는다 산 목련에 쌓이는 쑥국새 울음소리 한 권의 경전을 엮고 있다 함허동천에 떠있는 하얀 낮달 봄 햇살을 건너가는 바람소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내가 죽고 네가 살아나기 좋은 봄날 바다로 간 아이들은 꽃이 되거나 바람이 되어 돌아왔다 대웅전 댓돌 위 스님의 하얀 고무신에 노랑나비 한 마리 앉아 있다 *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2024. 3. 26.
꽃구경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꽃구경' 입니다. 꽃구경 / 이권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드림파크로 아내와 함께 꽃구경을 나왔다 봄 소풍 나온 샛별 유치원 개나리반 아이들이 노란 꽃이 되어 꽃길을 걸어가고 있다 꽃대궁만 남은 노인 몇이 그늘막에 앉아 지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함박꽃 속으로 손을 잡고 들어간 연인은 꽃잠을 자는지 좀처럼 나오지를 않는다 벌이 되거나 나비가 되어 난분분한 사람들 꽃보다 사람이 많은 축제 꽃밥을 고봉으로 퍼먹고 꽃이 되어 돌아가는 사람들 오늘 밤 그대의 씨방에 꽃씨 몇 개 떨어져 내리겠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2024. 3. 20.
웃음의 정가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웃음의 정가'입니다. 웃음의 정가 / 이권 감사합니다. 고객님! 좋은 하루 되십시오. 오늘 사용할 인사말을 밤새 연습해 왔다는 소담이 엄마 연신 웃음을 복사해내고 있다 점장은 사무적인 인사말이라고 향기 없는 웃음이라고 지적했다 해쭉 웃는 가오리는 12,500원에 활짝 핀 봄동은 3,200원에 팔렸다 소담이 엄마의 웃음은 가오리 웃음보다도 반값이나 할인된 통 큰 가격 시급 7,530원에 팔렸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2018. 06. 2024. 3. 10.
을왕리로 가자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을왕리로 가자’입니다. 을왕리로 가자 / 이권 사는 게 먹먹해져 밑바닥처럼 타락하고 싶은 날 우리 공항철도 타고 을왕리로 가자 푸른 하늘에 떠있는 낮달 바라보며 지금까지 끌고 온 길 밑줄 치며 삭제해보자 파도 소리보다 먼저 와 우리를 염탐하고 돌아가는 바람의 뒤통수에 힘껏 고함을 질러보자 지난날의 패배 미래에 대한 두려움 모두 저 푸른 바다에 수장시키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절망의 날을 만날 때 공항철도 타고 을왕리로 가자 푸른 바다에 우리를 맘껏 버리고 오자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2024. 3. 3.
춘래불사춘 / 이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이권 삼월 초이레 월미산 입구 화살나무 시위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고 목련 나무는 묵묵부답 꽃소식이 없다 울타리를 쳐 놓고 스스로 징역살이하는 왕벚나무의 얼굴이 검다 작년 봄 월미산 벚꽃 속으로 사라진 애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소름 돋는 월미도 앞바다 영종도행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입술이 파랗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2024. 2. 26.
화엄의 꽃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화엄의 꽃’입니다. 화엄의 꽃 / 이권 영등포 타임스퀘어 뒷골목 밤만 되면 집집마다 붉은 꽃들이 피어나요 상호도 없이 예명으로 꽃을 내건 집 이곳에서의 소문은 모두가 지나가는 바람이에요 연대병력의 사내들이 지나갔다는 꽃들의 속설은 묻지 않기로 해요 꽃대궁이 흔들릴 때마다 새로운 애인이 생겨나요 잠시 후 꽃잎 속에서 걸어 나온 사내는 옛 애인이 되어 골목길로 추방당해요 밤에 피는 꽃이라고 향기 없는 꽃이라고 같은 꽃끼리 너무 미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꽃의 이동 경로와 꽃잎에 깃든 꽃말이 다를 뿐 다 우리의 누이거나 딸들인걸요 어쩌면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화엄의 꽃 관세음보살일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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