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권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 』60 시(詩) 배다리 가는 길 / 이권 배다리 가는 길 / 이권 도원역 지나 배다리 헌책방 골목가는 길 창영교회 앞에서 비를 만났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속철수가 영희 손을 잡고 뛰어가고 있다 낙원 떡방앗간 옥상 빨랫줄미처 걷지 못한 빨래가 비를 맞고 있다 송림이발소 처마 밑 러닝셔츠를 입은 사내가담배를 피우며 구름과자를 만들고 있다 빗속으로 번지는 담배 연기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들리고 노란 우산을 쓴 소녀가 배다리 밑으로 떠내려간다 개코 막걸리 집에서 낮술하다바라본 골목길이 빗소리가 가득하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https://link.coupang.com/a/bjzJKs [비(도서출판b)]꽃꿈을 꾸다 - b판시선 25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2025. 7. 4. 인사의 기원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인사의 기원'입니다. 인사의 기원 / 이권 아내가 쇠고깃국에 밥 말아 먹다 말고 집 나가 혼자 사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제때에 끼니는 챙겨 먹고 사는지 배는 곯고 있지 않는지 걱정되는 모양이다어릴 적 동네어른 만나면진지 드셨느냐며 예절을 갖추어문안인사를 드리곤 했다인사의 기원은 먹고 사는 안부부터 물어보는 것 지천리 사는 형님께 저녁식사는 들었는지마당귀에 싸락눈 싸락싸락 내리는지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겠다 *이권 시집[꽃꿈을 꾸다]2018. 06. 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 2025. 6. 22. 시(詩) 新스마트 민족民族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에 실린 ‘新스마트 민족民族’입니다. 新스마트 민족民族 / 이권 오전 10시 동인천역에서 출발한 용산행급행 전철 안 모두 스마트폰 터치에 열중이다 돈황 천불동으로 육조단경을 구하러 가는지스님 한 분 스마트폰으로 우루무치와타클라마칸사막 넘어가는 길을 검색하고 있다 아마존과 이베이 G마켓과 쿠팡을 오가는고독한 순례자 레옹족이 출몰할 시간 소녀경 탐독하며 야동의 신전을 찾아성지순례를 떠나는 야동족도 숨어 있을 것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을 무찌르고 있는 여전사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다 야타족과 오렌지족이 멸망하고 새로운아이템을 장착한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저마다의 성을 구축한 新스마트 민족民族 세상으로 나가는 모든 문은 저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있다 * 이권 시집 『꽃꿈.. 2025. 6. 9. 외딴집 / 이권 오늘 발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외딴집' 입니다. 외딴집 / 이권 당하리에서 감나무골 가는 길 무덤이 오래전부터 키우는 집이 있다 저를 허물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집 대낮에도 검은 어둠이 흘러나온다 깨진 창문으로 바라본 울안의 풍경 목이 잘려 있거나 허리가 꺾여 있다 누군가 울안의 풍경을 울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버린 것 밤마다 아이 웃음소리가 들리고 사금파리가 하얗게 눈을 뜨고 있다는 집 그 옛날 육손이 아저씨가 한밤중에 끌려가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집이다 * 이권 시집[꽃꿈을 꾸다]도서출판b. 2018. 06. 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ng.com"이.. 2025. 5. 30. 삼강옥 / 이권 삼강옥 / 이권동인천 배다리 부근 삼강옥에서 늦은 점심으로 설렁탕을 먹고 있다 많은 이의 이빨자국이 그어진 숟가락이 낯선 사람의 지문을 끌고 입속으로 들어왔다목구멍으로 고기국물을 퍼 나르다 울컥 올라오는 설움에 숟가락을 물고 울었던 사람도 있었을 것 먹고 사는 일에도 저마다의 상처를 남기는 법 삼강옥 현관 신발장 생채기 난 길을 끌고 온 신발들의 문수가 어지럽게 놓여 있다 신발들의 상처 또한 크다 *이권 시집[꽃꿈을 꾸다]도서출판b.2018. 06.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5. 5. 11. 꽃꿈을 꾸다 / 이권 꽃꿈을 꾸다 / 이권 봄날 오후 월미산 벚꽃 그늘 밑을 한 소녀가 걸어오고 있다 낯이 익은 얼굴이다 어젯밤 꿈속 꽃그늘 아래에서 한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었다 사랑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며 첫사랑을 죽여야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다며 꿈속에서 나의 목을 조르던 소녀 꿈결처럼 내 곁을 지나고 있다 꿈 밖으로 걸어 나온 소녀의 정체와 속내가 궁금하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06.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5. 4. 24. 시(詩) 새우깡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실린 ‘새우깡’입니다. 새우깡 / 이권 토요일 오후 월미도 선착장 영종도행세종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떠나고 있다 배 주위를 비행하는 갈매기 떼 사람들이갈매기를 향해 새우깡을 던져주고 있다 낮은 자세로 날아와 새우깡을 낚아채는갈매기의 오래된 식습관이다 월미도 앞바다 갈매기는 인천시민이 사육하는바닷새 선창가로 우리를 불러낸 것은저 괭이갈매기들이었을지도 모르는 일 새우깡 매출 8할은 월미도 앞바다갈매기들이 올리고 있고 나머지 2할은 밤마다 탬버린을 흔드는 월미도 노래방도우미 이웃집 영미 엄마가 올리고 있다 *이권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 2025. 4. 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이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이권 방금 동인천역에서 내 옆을 스쳐간 아이어디서 만났을까 낯이 익은 얼굴이다 지난밤 인천행 전철에서 내 어깨에 몸을 기대어 온 아이일까 전생前生에 내 딸이었던 아이일까 아니면 다음 생生에 내 딸이 되어 돌아올 아이일까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고 예쁜 머리핀이라도 사주고 싶은 아이 악기점 유리창에 비친 가을 풍광에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는 가을 햇볕 속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2025. 3. 26. 냄새 먹는 하마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냄새 먹는 하마’입니다. 냄새 먹는 하마 / 이권 우리 집은 냄새의 천국 온갖 것들이 발효되고 있지 어제 청기와장례식장에서 묻혀온 국화 향기는 너무 슬퍼 눈물이 날 뻔했어 오늘 아내가 용화사 관음전에서 끌고 온 향내에 굴림 목탁 소리가 또르르 굴러 나왔어 수 십 년 동안 곰삭힌 내 몸에서 담배 냄새와 땀에 전 고린내가 났지 아내가 냄새를 잡는다며 집 안에 냄새 먹는 하마를 들여놓았지만 하마는 옥시 가습기 사고로 간신히 죽었다 살아난 뒤였어 옆집 청국장 끓이는 냄새가 슬금슬금 담장을 넘어 넝쿨을 뻗어오고 있어 부패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지닌 나는 오늘도 검은 꽃으로 발효 중이야 냄새 먹는 하마가 나를 잡아 먹을 때까지 *이권 시집 『꽃꿈.. 2025. 3. 22. 춘래불사춘 / 이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이권 삼월 초이레 월미산 입구화살나무 시위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고 목련 나무는 묵묵부답 꽃소식이 없다 울타리를 쳐 놓고 스스로징역살이하는왕벚나무의 얼굴이 검다 작년 봄 월미산 벚꽃 속으로 사라진애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소름 돋는 월미도 앞바다영종도행 배를기다리는 사람들 입술이 파랗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2025. 3. 6. 주객전도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주객전도입니다. 주객전도 / 이권 가정오거리 뉴타운 재개발 지역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마을을 떠나자 골목은 길을 버리고하늘채아파트로 들어가 엘리베이터가 되었다 마당은 화단을 버리고하늘로 올라가 옥상이 되었다 아궁이는 연탄집게를 버리고주방으로 들어와 가스레인지가 되었고 수도펌프는 마중물을 버리고벽을 타고 올라와 수도꼭지가 되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아빠와 엄마가 집 밖으로 나가돌아오지를 않았다 아빠는 아예 술집에 발목을 심었고엄마는 카바레에 뿌리를 내렸다 다 마당과 골목을하늘채아파트에 빼앗긴 탓이다 https://link.coupang.com/a/UyVvg 꽃꿈을 꾸다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2025. 2. 14. 시(詩) 폭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 에 실린 ‘폭설’입니다. 폭설 / 이권눈 내린다 실비식당 뒷마당 개밥그릇 덮으며 눈 내린다 인천역 화물열차의 검은 지붕 위에 하얀 눈 내린다 바다로 나가는 북성포구길 마저 지우며 인천항 8부두에 함박눈 내린다하늘과 땅 사이 너와 나 사이 모든 경계를 지우며 온종일 눈 내린다사람이 길을 버리고 길이 사람을 버리는 저녁흰 눈을 고봉으로 퍼먹은 저녁이 하얗게 어두워지고 있다 *이권 시인[꽃꿈을 꾸다]도서출판b. 2018. 06. https://link.coupang.com/a/bjzJKs [비(도서출판b)]꽃꿈을 꾸다 - b판시선 25COUPANGwww.coupang.com"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 2025. 2. 5.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