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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그냥 죽여줘요*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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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아주 그냥 죽여줘요’ 입니다.

 

 

아주 그냥 죽여줘요*

 

 

  일요일 오후 307번 시내버스 타고 영종하늘도시에서 동인천 가는 길. 버스가 영종대교를 건너갈 때쯤 잠깐 선잠이 들었다. 내가 잠이 든 사이에도 설악산 산 중턱에 있던 뭉게구름은 태백산맥을 넘어왔을 것이고, 바람은 남대천 은어의 지느러미를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왔을 것이다. 서귀포 앞바다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새끼 고래를 데리고 봄 소풍을 나왔을 것이다.

 

  북성포구 똥 마당으로 생선 동냥을 나가던 길고양이가 인천항 8부두 앞에서 로드킬을 당했을 시간. 전국노래자랑에서 박현빈이 ‘아주 그냥 죽여줘요.’를 부르며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을 때 사람들은 앵콜을 부르며 환장을 했을 것이고, 24시간 문을 여는 월미도 러브호텔은 낮 손님을 받으며 희희낙락 성업 중일 것이다.

 

  동인천 쪽방촌에 사는 황 씨 할머니 오늘도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집이 싫어 집을 버리고 나온 가출 소녀 민지. 오늘도 부평역 부근 피시방과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아주 그냥 죽여줘요.’를 외치며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고개를 넘어가고 있을 것이고, 부산행 KTX 열차는 오늘도 12시 정각에 서울역을 출발했을 것이다.

 

* 가수 박현빈이 부른 노래 「샤방 샤방」가사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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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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