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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꽁광을 팔다’ 입니다.
똥 광을 팔다 / 이권
친구 어머니 부음을 받고 장례식장에 갔다
지하 1층 빈소 사람들은
늘 음습한 곳에서 예를 갖춘다
죽음 앞에선 모든 표정이 경건하다
아비 없는 후레자식도 예의가 바르다
국화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니
금방이라도 내려와
밥 한 상 차려주실 것 같다
자식들에게 평생 피박만 쓰고 사셨다는 어머니
친구는 고스톱판에서 광을 파느라
바쁘고 어머니는 온종일
절을 받느라 죽어서도 바쁘시다
창밖 오동나무에 똥 광 한 장 걸려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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