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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꿈을 꾸다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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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개꿈을 꾸다’ 입니다.
 
 
개꿈을 꾸다 / 이권
 
 
 모든 빛을 죽이고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우며 어둠과 하나가 되는 저녁. 벽이 된 어둠에 기대어 그동안 꾸었던 천인공노할 꿈을 반성하며 자기 징벌의 시간을 갖는다. 자정을 향해 걸어가는 괘종시계 초침 소리가 바람벽에 까맣게 찍히고 있다. 지난밤 꾸었던 외간 여자와의 사랑이 탄로 날까 봐 어둠 속에 밀봉해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 읽는다. 내 꿈속으로 뛰어들어 흉흉한 기별이나 전하며 부지깽이를 들고 나를 쫓아오던 전생 후생의 수많은 당신.
 
 천 길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나를 꿈 밖으로 데리고 나와 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세상을 보여주곤 하던 당신. 꿈은 계획도 없이 우발적으로 찾아오는 것이어서 나를 미리 준비할 수가 없었다. 밤마다 나를 찾아와 이 세상의 탈출을 모의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간 또다른 당신. 다음 생生을 연출해줄 당신을 오늘 밤 나의 침실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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