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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실린 이 계절에 어울리는 ‘산수유나무’입니다.
산수유나무 / 이권
용궁사 오르는 개울 옆 산수유나무가 환하다
몇억 광년을 건너온 빛과
소리를 겨우내 숙성시킨 산수유나무
단 한 번의 추락을 위해 몇 겹의 지층을 걸어 나와
물관을 오르고 또 올랐을 산수유꽃
알몸으로 꽃을 피우고 꽃이 지고 나서야
제 몸에 꽃이 다녀간 흔적을 아는 나무
네 몸에 안테나를 꽂고 주파수를 찾으려
내 몸의 볼륨을 높이자
너에게서 꽃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꽃잎을 경배하는 봄
산수유나무가 쓰다 남은 빛과 소리가
길옆 개오동나무에 후생의 무늬로 쟁여지고 있다
산그늘 속으로 또 한 마음이 노랗게 지고 있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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