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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헌책방 골목 / 이권
이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 반에 반값이 된다
조세희의 난쏘공이 문밖에 나와 지나가는 사람을
호객하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다
마광수의 가자 장미여관은 아예 건너편
여관골목으로 들어가 낮 손님을 받으며
희희낙락 성업 중이다
윤재림의 삼천리호 자전거도 바람이 빠진 채
한쪽 구석에서 이 골목을 떠날 궁리나 하고 있다
임화의 네거리 순이가 아직도 빨간 딱지를
붙인 채 납작 엎드려 있다 숨죽이고
가는귀먹은 바람벽이나 선동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골목에 들어서는 사람은 이미 인생의 절반을
탕진해버리고 수십 번을 우려먹었을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사러 오는 사람일 것이다
사랑하는 영희에게 1975년 가을날 찬우라고
써 놓은 낙서가 좋아 박재삼 시인의 千年의
바람을 이천오백 원에 샀다 몸 구석구석
밑줄 치며 읽었을 영희와 찬우의 안부가 궁금하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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