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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어느 신비한 혼령이 있어’ 입니다.
어느 신비한 혼령이 있어 / 이권
구인·구직 전단지가 봄바람에 제 몸을 핥아대고 있는 변두리 시외버스 정류장. 부여 가는 버스 기다리다 바라본 발밑. 십자가를 메고 고난의 길로 들어선 예수처럼, 추락한 나비의 날갯죽지를 끌고 가는 개미 한 마리 보인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 세상을 건너가고 있는 아이들처럼 개미도 잘못 들어선 길을 수없이 수정하면서 저 신작로를 건너왔을 것이다.
싫든 좋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생의 과업을 수행하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이승에서의 과업이 종료되는 우리네처럼. 개미에게도 어느 신비한 혼령이 있어 집 밖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마음보다 몸이 저를 끌고 집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삼보일배로 차마고도를 넘어가는 티베트의 순례객처럼, 제 몸에 깃든 혼령에 의해 이번 생에 할당된 과업을 수행 중인 개미. 죽은 나비가 제 죽음을 만방에 알리려는 듯, 만장이 된 나비의 날개가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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