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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 』

그때 그 사람

by 시(詩) 배달부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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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실린 '그때 그 사람'입니다.

 

 

그때 그 사람 / 이권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 있던 해 나는 서울역에서 청기와적기를 흔들며 열차를 입환하는 역무원으로 근무했다.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치는 시위대의 함성소리. 경찰이 쏘는 최루가스와 자동차 경적소리가 온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입환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백골단에 쫓기던 여학생이 매캐한 최루가스를 끌고 사무실로 숨어 들어왔다. 눈이 따갑다며 연신 눈물과 콧물을 흘리던 학생 한쪽 발이 맨발이었다 경찰에 쫓기다 신발 한 짝을 잃었다고 했다. 내가 준 헌 작업화 신고 선로에서 돌멩이 몇 개 호주머니에 넣으며 묵례하고 떠난 학생.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에서 철도파업 현장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 집회에서 성주 소성리 사드 반입 반대 집회에서 여전히 검은 권력과 맞장을 뜨고 있을 것만 같은 학생 이제 쉰은 훨씬 넘었을 나이 수백만 촛불이 꽃바다를 이룬 광화문광장 방금 전 아침이슬을 부르며 내게서 촛불을 붙여간 여인 30년 전 그 여학생을 똑 닮았다.

 

*이권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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