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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by 시(詩) 배달부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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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문정희 시인의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입니다. 우리는 입술을 열어 수많은 말의 성찬을 쏟아냅니다.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나의 사랑을 고백한 적이 있다면 아마 해지는 풍경을 바라볼 때 일 겁니다. 오늘을 여는 어둑새벽보다 나의 모든 것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벌건 대낮보다 하루해가 저무는 저녁. 우리 모두 입술을 열어 죽음도 어찌 못하는 우리의 사랑을 고백해 볼 일입니다.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숨죽여 홀로 운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못 볼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지금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을 말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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