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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 』

냄새 먹는 하마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3.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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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촬영한 흰 연꽃(백련) 사진입니다.

 

 

냄새 먹는 하마 / 이권

 

 

 

우리 집은 냄새의 천국 온갖 것들이 발효되고 있지

어제 청기와장례식장에서 묻혀온

국화 향기는 너무 슬퍼 눈물이 날 뻔했어

 

오늘 아내가 용화사 관음전에서 끌고 온

향내에 굴림 목탁 소리가 또르르 굴러 나왔어

 

수 십 년 동안 곰삭힌 내 몸에서

담배 냄새와 땀에 전 고린내가 났지

 

아내가 냄새를 잡는다며 집 안에 냄새 먹는

하마를 들여놓았지만 하마는 옥시

가습기 사고로 이미 질식사해 버린 뒤였어

 

옆집 청국장 끓이는 냄새가 슬금슬금

담장을 넘어 넝쿨을 뻗어오고 있어

 

부패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지닌 나는 오늘도

검은 꽃으로 발효 중이야 모든 꽃이 피어 오를 때까지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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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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