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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신간 도서 소개

박일환 시집 『귀를 접다』

by 시(詩) 배달부 202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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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할 신간 도서는 박일환 시인의 『귀를 접다』이다. 청색종이에서 2023년 6월 29일 발행되었다. 박일환 시인께서 우편으로 보내 주셨다. 박일환 시인 시집으로는 『지는 싸움』, 『덮지 못한 출석부』, 『등 뒤의 시간』, 『학교는 입이 크다』, 『만렙을 찍을 때까지』 등이 있다. 박일환 시인은 앞으로 겨우를 갸륵하게 여기기로 했다. 나이 육십을 넘기 뒤부터 겨우 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고 시인의 말에 적고 있다.

 
 
개와 죽그릇 / 박일환
 
 
죽 쒀서 개 준 사람들이
훌륭한 일 했다
 
세상에는 죽도 한 번 안 쒀 본 사람 많다
죽 쒀서 혼자만 먹은 사람도 있고
아까운 죽을 그릇째 내다 버린 사람도 있다
 
죽 쑤는 일도 쉽지 않지만
개를 생각하는 일은 더 쉽지 않으니
 
개 같은 날들, 개 같은 놈들이라고
욕하기 전에
지금껏 개밥그릇 차버린 일 없는지
개처럼 쭈그리고 앉아 생각해 볼 일이다
 
개나 당신이나 불쌍한 삶이라는 걸
새삼 깨우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개가 죽그릇을
날름 해치웠겠는지
상냥한 마음이 되어 돌아보노라면
맥 풀린 다리를 일으킬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 박일환 시집 『귀를 접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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