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시는 신동엽 시인의 ‘진달래 산천’입니다. 신동엽 시인은 1930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으며 1959년 조선일보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로 등단하게 됩니다. 대표작으로는 ‘껍데기는 가라’ ‘금강’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등이 있습니다. ‘진달래 산천’은 전쟁으로 인하여 안타까이 죽어간 꽃다운 청춘들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더 이상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어떤 외세와 무기도 가라던 신동엽 시인의 ‘진달래 산천’입니다.
진달래 산천 /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려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려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에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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