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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김수영 시인의 ‘풀’입니다. 시인 100명이 뽑은 현대시 100년의 역사에 가장 훌륭한 시로 뽑혔습니다. 이 시는 김수영 시인의 생전 마지막 시라고 합니다. 김수영 시인의 ‘풀’의 시는 싱싱함이 살아있는 날것의 푸른 생명력입니다. 어떤 고난이 와도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서는 풀의 끈질긴 자유 의지입니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도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고 싶은 하루입니다.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출처 : 김수영 시선 『거대한 뿌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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