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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의자 / 이정록

by 시(詩) 배달부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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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이정록 시인의 ‘의자’이다이 시는 병원에 가시는 어머니 말씀으로부터 시작된다몸이 불편하거나 아프면 쉴 곳을 찾게 된다의자도 그중에 하나이다꽃도 열매도 참외도 호박도 같이 사는 식군데 편히 쉬도록 의자를 내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싸우지 말고 살아라. 산다는 것은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에 의자 몇 개 내놓는 것이라 한다뜻이 깊은 어머니 말씀이다.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나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출처 이정록 시집 『의자』 문학과 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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