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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한 잎의 女子 2 / 오규원

by 시(詩) 배달부 202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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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오규원 시인의 ‘한 잎의 女子 2’입니다. 한 잎의 女子는 연작시로 한 잎의 여자 1, 한 잎의 여자 2, 한 잎의 女子 3가 있습니다. 오규원 시인의 ‘한 잎의 女子’에 나오는 女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누이거나 아내이거나 딸일 수도 있습니다. 시인의 상상력과 관찰력이 돋보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한 시입니다.

 

 

한 잎의 女子 2 / 오규원

 

 

  나는 사랑했네 한 女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 원 주고 바지를 사 입는 女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女子, 보세 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女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女子, 그 女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女子, 라면이 먹고 싶다는 女子, 꿀빵이 먹고 싶다는 女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女子, 손발이 찬 女子, 그 女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女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女子, 추운 날엔 팬티 스타킹을 신는 女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女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女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女子, 실크 스카프가 좋다는 女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女子,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다는 女子, 더러 멍청해지는 女子, 그 女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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