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시는 이육사 시인의 ‘광야’입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저항 시인인 이육사(본명 이원록). 항일 독립운동을 하시다 투옥되어 얻으신 수인번호 264가 시인의 또 다른 이름이 된 이육사 시인. ‘광야’는 민족의 자유를 염원하고 외세로부터 광복을 기다린다는 일제에 대한 저항시입니다. 아직도 친일을 미화하고 독립운동가를 폄훼하는 친일 세력이 준동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기다리던 진정한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나 봅니다.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광야’는 이육사의 동생인 이원조가 해방 후인 1945년 12월 17일 '자유신문'에 기고하면서 공식 발표하였다.
원문
曠野(遺稿)
李陸史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모든 山脉들이
바다를 戀慕해 휘달릴때도
참아 이곧을 犯하든 못하였으리라
끈임없는 光陰을
부지런한 季節이 픠여선 지고
큰 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엇다
지금 눈 나리고
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의 뒤에
白馬타고 오는 超人이 있어
이 曠野에서 목노아 부르게하리라
* 1945년 12월 17일, 自由新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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