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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박달나무 / 이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하늘공원 발밑 바라보며
저마다 뿌리 점을 치고 있는 나무들
제 이름을 불러달라는 듯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는 듯 이름표 하나씩 달고 서 있다
나무들의 족보와 생김새 꽃피는 계절
혼례 하는 시기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하얗게 봄을 밝힌 벚나무
여전히 봄의 들러리로 길가에 서 있다
영산홍 꽃밭을 지나 일렬횡대로 늘어선
화살나무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박달나무가 되고 싶어 나도박달나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복자기나무 한 그루
나도 복자기나무처럼 누군가를 닮고 싶어
누군가를 몰래 흉내 내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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