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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 / 이권
비 갠 오후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에 저녁 햇살이 앉아 있다
호두나무에 거미줄 처져 있고
저녁 하늘을 한 땀 한 땀 건너가는
왕거미가 보인다
채마밭 배추벌레 허리 펴고 지는 해와
흑염소 뿔에 걸린 낮달을
바라보고 있다
툇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시는 늙은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저녁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는
까마귀 울음소리
상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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