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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 이권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어디론가
훨훨 떠나버리고 싶은 봄날
나비축제가 열린다는 함평행 기차를 탄다
함평역에 내려 많은 사람들이
허물을 벗고 간 여인숙에
그동안 끌고 온 나를 부려 놓는다
복도 끝 마지막 방이 오늘밤의
묘지 이곳에 나의 혼백을 눕힌다
아무도 나의 인적사항을 묻지 않아
바람벽에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가명으로 숙박계를 적어 놓는다
수상한 냄새들이 부유하는 방 안
밤새 알을 슬어 놓을
여자를 부를까 하다 그만둔다
초저녁 꿈 내 몸에서 날아오른 나비 한 마리
나를 호명하며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괘종시계가 밤새 검은 물레를 돌렸지만
초저녁에 떠난 나비는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 이권 시집『꽃꿈을 꾸다』도서출판b.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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