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명시는 백석 시인의 ‘수라修羅’입니다. 백석(본명 백기행)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1912년 출생하였고 1996년 북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35년 조선일보에 ‘정주성을’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습니다. ‘수라修羅’는 1936년에 출간한 시집 『사슴』 실린 시입니다. 수라는 아수라의 줄임말로 싸움을 좋아하는 신을 뜻합니다.
수라修羅 / 백석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
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백석의 시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등장하는 고어(古語)와 평안도 방언의 어휘 때문에 다소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몇 번이고 곱씹어 읽다 보면 백석 시의 묘미가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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