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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시(詩) 까치내 가는 길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4.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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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에 실린 '까치내 가는 길'입니다.

 

 

까치내 가는 길 / 이권

 

 

쇠밭 지나 너른 밭 지나 까치내 가는 길

푸른 숲은 방금 지나온 길을

지우며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어머니에게 건네 줄 쇠고기

한 근과 사과 한 봉지의 무게만

지닌 채 고갯마루를 넘어가야 한다

 

바람도 산마루를 넘어갈 때는 풀잎에 몇 줌의

뼈를 발라 놓고 부드러운 몸짓을 지닌다

 

등 굽은 산맥도 납작 엎드린 채

깊은 고요를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다

 

귀신들이 엄나무 그늘에 앉아 생을 점치는 모퉁이

2단의 엔진브레이크를 걸고

몇 겁의 생을 감한 채 내려가야 한다

 

아직도 까치내 마을의 묵은 때를 씻고 있는

지천之川 이끼 낀 칠갑산의

발목을 씻겨 주고 있다 사방이 첩첩산중이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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