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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에 실린 '까치내 가는 길'입니다.
까치내 가는 길 / 이권
쇠밭 지나 너른 밭 지나 까치내 가는 길
푸른 숲은 방금 지나온 길을
지우며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어머니에게 건네 줄 쇠고기
한 근과 사과 한 봉지의 무게만
지닌 채 고갯마루를 넘어가야 한다
바람도 산마루를 넘어갈 때는 풀잎에 몇 줌의
뼈를 발라 놓고 부드러운 몸짓을 지닌다
등 굽은 산맥도 납작 엎드린 채
깊은 고요를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다
귀신들이 엄나무 그늘에 앉아 생을 점치는 모퉁이
2단의 엔진브레이크를 걸고
몇 겁의 생을 감한 채 내려가야 한다
아직도 까치내 마을의 묵은 때를 씻고 있는
지천之川 이끼 낀 칠갑산의
발목을 씻겨 주고 있다 사방이 첩첩산중이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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