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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함민복 시인의 ‘부부’입니다. 긴 상이 있습니다. 그 상을 들고 가기 위해서는 등을 앞으로 하고 가는 사람이나 뒤로 하고 가는 사람이나 서로를 읽으며 들고 가야 합니다. 먼저 다 왔다고 상을 탕 하고 내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부부관계도 내가 당신을 맞추며 당신이 나를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의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로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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