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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누명 / 이권
내 나이 열아홉 살 때 큰집 농사지으며 살 때 서울에 살던 큰어머니가 내려와 며칠 동안 같이 머문 적이 있다. 큰어머니 쌈짓돈 3,000원이 없어졌다며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일어났다. 집안 식구 모두 나를 의심했다. 열일곱 살 때 아버지 돈을 훔쳐 무작정 상경을 한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주겠다고 그 돈 어디에 썼냐며 아버지가 나를 추궁했지만, 돈을 훔치지 않은 나는 그전의 이력 때문에 아무리 항변해도 이미 도둑놈이 되어 있었다.
오늘 뉴스에 나온 저 사람 살인죄 누명을 쓰고 한 달도 아니고 일 년도 아닌 십 년간 옥살이하다 진범이 잡혀 무죄로 풀려났다고 한다.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으로 허위자백을 강요해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 어떤 이는 모진 고문과 조작으로 모반謀反의 누명을 쓴 채 간첩이 되어 사형집행을 받고 죽어갔다고 한다.
돈 3,000원 도둑 누명을 쓴 것도 억울한데 누구는 살인죄로 십 년간 옥살이하고 누구는 간첩으로 몰리어 생명까지 잃었으니 그 원통함이 오죽했겠는가. 다가오는 세상에는 가진 것 없는가 난한 노동자도 법에 무지인 농투성이도 더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받는 이가 없기를…… 모두에게 공명정대한 새날이 오기를 깨금발 딛고 마중 나가본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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