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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 수록된 ‘유모차’입니다.
유모차 / 이권
늦은 봄 오후 유모차가 할머니 손을
잡고 건넛마을로 마실을 가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유모차
할머니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아이의 환한 웃음을 싣고
푸른 길만을 산책하였을 유모차
오늘은 할머니 혼잣말을 싣고
궁시렁궁시렁 봄날 오후를 건너가고 있다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지
유모차가 할머니를 끌고 가는지
할머니와 하나가 된 유모차 여전히
동구 밖에서 세월아 네월아 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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