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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입니다.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땅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한
바다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한 거잠포
먼바다에 나가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끌고 온 영종호가 선착장에 매여 있다
하루 두 번씩 끝과 끝이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다 돌아가는 곳
바다와 땅의 경계에 선 왜가리 한 마리
목을 길게 빼든 채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땅끝에 눌러앉아 반쯤은 바다가 된 거잠포
시작과 끝이 만남과 헤어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
내가 끌고 온 길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달아실.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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