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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입니다.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 이권
어머니가 아버지를 밤새 복사하여 나를 낳았듯 아내도 나를 베껴 뚱딴지같은 아들놈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천둥벌거숭이로 자라나던 시절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던 나에게 아버지는 네 몸에 양반 가문의 피가 흐른다며 케케묵은 연안 이씨 태자첨사공파 족보를 펼쳐 보이시곤 하였다. 그러나 내가 하고 다니는 짓거리를 보면 저 족보가 의심스럽기는 한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내가 부모를 지정하고 태어나는 것이라면 나는 가난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들놈도 나와 아내를 지정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외박한 아들놈은 나를 닮았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아침부터 욕을 얻어먹었다.
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내가 나를 복제하는 자기 증식의 시간. 건너편 성형외과에서 공산품 찍듯 찍어낸 어느 족보에도 없는 성형 미인들. 금요일 오후 5시만 되면 뮤직뱅크*에서 똑같은 표정과 웃음을 지닌 채 TV 밖으로 걸어 나왔다.
* KBS 2TV 음악방송 쇼 프로그램.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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