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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속수무책’입니다.
속수무책 / 이권
삼복염천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렸다
반란은 언제나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적과 내통을 한 채 나를 공격해오는 반란군
내 몸에 난리가 난 게 분명했다
뼈마디마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있는
적의 척후병 목이 아프고 삭신이 쑤셔왔다
적의 공격을 막으려고 늙은
의사가 써준 처방전으로 방어 전선을
구축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 열흘간 내 몸을 침탈했던 바이러스가
당신에게 옮겨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를 맞이한 당신
내가 당신을 사랑한 만큼
당신이 나를 보듬어 준 만큼
당신 몸에도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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