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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오래된 골목’입니다.
오래된 골목 / 이권
신점을 잘 친다는 처녀 보살의 천기가 누설되는 산동네 마을. 삶이라는 것이 원래 예행연습 없이 곧바로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어서 골목 안은 늘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싸움질 소리로 푸른 멍이 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 숙성된 소문들이 밤새 카톡카톡 떠돌아다닌 다음 날이면, 단톡방 알림창에는 축 이혼의 공지 사항이 인사말로 떠오르곤 하였다.
계절이 바뀌어도 해가 바뀌어도 갓난아이가 아버지가 되어도 가난이 떠나지 않는 동네. 어떤 방정식도 풀리지 않는 꼼수 많은 골목이 되어갔다. 모두가 엑스트라인 이곳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골목.
이 모든 풍경을 보았을 골목 안 느티나무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다. 느티나무 치맛자락을 살짝만 흔들어도 이 골목에 떠돌아다니는 소문들이 우수수 쏟아질 것만 같다. 사내들이 3조 2교대 야간 근무를 나가도 어느새 사랑은 이루어져 날이 새면 상상 임신을 한 여자들이 처녀 보살 집으로 신점을 치러 가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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