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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조선 중기 때 기생이자 문장가였던 이매창의 시 ‘취하신 님’입니다.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최고의 여성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가장 천한 신분이 기녀의 삶을 살아야 했던 이매창. 이 시에 나오는 화자님은 초면이 아니고 구면인 것 같습니다. 술에 취한 선비가 막무가내로 그녀의 옷을 벗기려다 그만 비단 저고리가 찢기고 맙니다. 비단 저고리가 아까운 게 아니라 그동안 주었던 정마저 끊어질까 두렵다고 합니다. 재치 있고 절개 있는 시 같지만, 기생의 신분으로 살아야만 했던 그녀의 슬픔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취하신 님 / 이매창
술 취하신 님 날 사정없이 끌어당겨
끝내는 비단 저고리 찢어 놓았지요
비단 저고리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어요
주신 정마저 끊어질까 두려워서 그러지요
贈醉客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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