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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오규원 시인의 ‘한 잎의 女子’입니다.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의 모자다’라는 부제가 붙은 시입니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하고많은 여자 중에 왜 물푸레나무 잎을 닮은 여자일까요. 있는 듯 없는 듯 흔한 얼굴로 숙맥 같은 얼굴로 내 곁에 왔던 영혼이 맑았던 어린 날의 한 소녀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누이이거나 딸이었을 애인이었을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여자, 물푸레나무 어린잎을 오늘도 조용히 흔들것 같은 여자. 결코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더 가지고 싶은 사랑스러운 ‘한 잎의 여자’입니다.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조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병신) 같은 女子, 詩集(시집) 같은 女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 출처 오규원 시집 『王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사,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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