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시는 ‘세상이 나와 서로 어긋나 맞지 않거늘 다시 수레를 몰아 무엇을 구할 것인가?’라는 시구로 유명한 전원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이다. 도연명은 중국 동진(317∽420) 시기 문학가이다. 집안이 가난하여 생활고에 시달리던 도연명은 숙부의 추천으로 작은 마을의 현령이 된다. 그러나 곧 벼슬에 싫증이나 벼슬을 그만둘 궁리를 하다가 마침내 누이동생이 죽어 장례를 치르기 위해 벼슬을 그만두게 된다. 이때 쓴 것이 귀거래혜(歸去來兮)라는 서문이다
귀거래사(歸去來兮辭) / 도연명
돌아가자. 전원이 바야흐로 황폐해지려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이미 스스로 마음이 육신의 부림을 받도록 하였거늘
어찌 근심하여 홀로 슬퍼만 하리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의 일은 바른길 쫓을 수 있음을 알았다네.
실로 길을 잘못 들었으나 아직 멀리 가지는 않았으며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깨달았네.
배는 흔들흔들 경쾌하게 나아가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옷자락을 날린다.
길 가는 사람에게 앞길을 묻고
새벽빛 희미하니 한스럽게 여긴다.
드디어 집이 보이니
기뻐서 달렸다오.
머슴아이는 반겨 맞고
아이들은 문에서 기다리고 있구나.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은 황폐해졌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껏 남아 있네.
어린아이 이끌고 방에 들어가니
술통에 술이 가득 차 있네.
술병과 술잔을 끌어당겨 혼자서 술 따라 마시고
뜰의 나무 바라보며 얼굴에 기쁜 표정을 짓는다.
남쪽 창에 기대어 거리낌없이 마음을 푸니
좁은 방이지만 참으로 편안함을 느끼겠네.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實迷途其未遠 覺今是而昨非
舟遙遙以輕颺 風飄飄而吹衣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
乃瞻衡宇 載欣載奔
僮僕歡迎 維子條門
三逕就荒 松菊猶存
携幼入室 有酒盈罇
引壺觴以自酌 眄廷柯以怡顔
倚南窗以寄傲 番容膝之易安
정원은 날마다 거닐어 절로 흥취가 일고
문은 비록 있어도 언제나 닫혀 있네.
지팡이 짚고 이리저리 거닐다가 쉬며
때때로 머리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오.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에서 피어오르고
새는 날다가 지쳐 제 집으로 돌아올 줄 아네.
어둑어둑 곧 해가 지려는데도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서성인다오.
돌아가자.
사귀는 것을 쉬고 노는 것을 끊으리라.
세상이 나와 서로 어긋나 맞지 않거늘
다시 수레를 몰아 무엇을 구할 것인가?
친척들의 정다운 이야기 즐겁고
琴과 책을 즐기며 근심을 푸노라.
농부는 나에게 봄이 왔으니
서쪽 밭에 나가 농사지으리라 알려준다.
때로는 휘장 친 수레를 타고
때로는 작은 배를 저어서
깊숙한 골짜기 찾아가기도 하고
가파른 언덕을 지나가기도 한다.
나무들은 싱싱하니 무성해지려 하고
샘물은 졸졸 흐르기 시작한다.
만물이 제때 만난 것을 부러워하며
나는 인생살이 다해감을 탄식하노라
.
園日涉以成趣 門雖設而常關
策扶老以流憩 時矯首而溊觀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
歸去來兮 請息交以絶游
世與我而相違 復駕言兮焉求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於西疇
惑命巾車 惑棹孤舟
旣窈窕以尋壑 亦崎嶇而經邱
木欣欣以向榮 泉湒湒而始流
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그만두어라.
몸뚱이를 세상에 붙일 날 다시 얼마나 되겠는가?
어찌하여 마음 따라 가고 머무는 것을 맡기지 않는가?
무엇 때문에 허겁지겁 어디로 가려 하는가?
부귀는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며
하늘 나라는 기약할 수 없노라.
좋은 시절이라 생각하며 홀로 나서서
때로는 지팡이를 세워놓고 김매고 흙을 북돋운다.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는 시를 읊조리노라.
잠시나마 자연의 변화를 따르다가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천명을 즐기는 데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已矣乎 寓形宇內復幾時
曷不委心任去留 胡爲乎遑遑欲何之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懷良辰以孤往 或植杖而耕耔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 출처 도연명 전집 문학과지성사. 옮긴이 이치수.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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