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본문 바로가기
  • 너에게 반하다.
시 배달부 오늘의 시

그 얼굴에 햇살*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4. 12. 12.
반응형

이미지출처 pixabay.

 

그 얼굴에 햇살* / 이권

 

 

 나이를 먹을수록 손 볼 곳이 많아졌다. 어깨가 결리고 머리칼이 빠져 소갈머리가 휑해졌다. 발기되지 않는 내일이 두려운 나이. 검버섯과 주근깨가 점령한 얼굴. 동네 피부과를 찾아가 견적을 내어보았다. 찬찬히 내 얼굴을 바라보던 간호사 숱한 세월 나를 방치한 탓이라 견적이 많이 나오는 얼굴이라 했다.

 

 일금 이십만 원으로 지나간 청춘이 다시 올 것이라는 의사 선생의 말을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봄날이 와도 더는 아름다워질 수 없는 꽃들을 제거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내 몸에서 더부살이하던 또 다른 내가 레이저 총에 명중되어 죽어갔다. 나를 태우는 살냄새가 지독했다.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얼굴 아직도 삽질 중인 가정오거리 뉴타운 재개발 지역 같다. 주근깨와 검버섯이 사라진 얼굴. 며칠 지나자, 꽃 진자리에 새로운 꽃이 피어났다. 그 얼굴에 햇살이었다. 애당초 내 돈 이십만 원을 빼앗아 간 의사 선생의 웃는 얼굴을 믿는 게 아니었다.

 

* 그 얼굴에 햇살 : 가수 이용복이 부른 노래 제목.

반응형

'시 배달부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람들 / 이권  (78) 2024.12.26
물과 불 너와 내가 만나 / 이권  (81) 2024.12.21
초겨울 / 이권  (92) 2024.12.10
음모陰毛 또는 음모陰謀  (77) 2024.11.25
오줌발 / 이권  (48) 2024.09.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