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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정호승 시인의 ‘밥 먹는 법’입니다. 밥 잘 먹는 법은 어떤 것일까요. 남의 밥 탐내지 말고 남의 것 빼앗아 내 배 채울 생각은 말고 배고픈 이들과 밥 한 그릇 나눠 먹는 것. 때로는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지언정 비굴하게 밥을 빌어먹지 않는 것이 밥 잘 먹는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이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지요.
밥 먹는 법 / 정호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도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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