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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안주철 시인의 ‘밥 먹는 풍경’입니다. 오순도순 둘러앉아 저녁 밥을 먹는 풍경을 본지도 오래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GS25, 세븐일레븐, CU 등 대기업 자본에 멸망했지만, 담배와 라면과 소주를 팔던 방이 하나 딸린 동네 구멍가게가 있었지요. 가게 앞 평상에는 늘 술에 취한 동네 아저씨들이 있었고, 집집마다의 외상장부가 있었던 구멍가게. 딸내미의 뒤통수를 후려치던 엄마와 딸은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두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밥 먹는 풍경 / 안주철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 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 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들 때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 마시며 떠들 때
그러다 목소리가 소주 두 병일 때
물건을 찾다 엉덩이와 입을 삐죽거리며 나가는 아가씨가
술 취한 사내들을 보고 공짜로 겁먹을 때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내가 소릴 지를 때
아무 말 없이 엄마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이런 때
나와 엄마는 꼭 밥을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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