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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by 시(詩) 배달부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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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황지우 시인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입니다. 독제정권 시절 극장에서 본 영화가 상영되기 전 애국가가 울리며 모두 일어나 국기에 대하여 경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새들이 날아오르고 동해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세로 애국가가 끝이 나야 자리에 앉았습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데 자유가 없는 우리는 이 답답한 세상을 뜨지 못하고 있다고 시대의 암울함을 노래합니다. 자유에 대한 의지 그리고 좌절을 노래한 황지우 시인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입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열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 출처 황지우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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