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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장성남 시인의 ‘수묵水墨 정원 9’입니다. ‘번짐’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번짐. 꽃 한 송이 번져 봄날을 밝히듯, 아이의 환한 웃음이 엄마에게 번져 꽃을 피우듯, 습자지에 먹물 번지듯 내가 당신에게 번지고 당신이 내게 번져 세상이 좀 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수묵水墨 정원 9 /장석남
-번짐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채 번져서
봄 나비 한마리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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