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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빈 집 / 기형도

by 시(詩) 배달부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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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기형도의 ‘빈 집’입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되어 등단하게 됩니다. 1989년 3월 7일 새벽 종로의 파고다 극장에서 심야 영화를 관람하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의 시에는 산업화 과정 속에 겪는 인간 상실의 쓸쓸한 번뇌와 제 안에 저를 가두고 마는 시대의 절망이 담겨 있습니다.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출처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혀』 1989년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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