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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푸른 오월에 잘 어울리는 서정주 시인의 ‘신록’입니다. ‘신록’은 1947년 문화 4월호에 발표된 시입니다. 온 세상이 신록인 계절 남몰래 고이 간직하고 싶은 사랑을 가졌으면 합니다. 문학적인 명성과는 달리 일제강점기 친일행각과 전두환 찬양 시를 쓰는 등 권력과 시류에 편승한 것이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서정주 시인의 ‘신록’입니다.
신록 / 서정주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에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 1947년 문화 4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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