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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신록 / 서정주

by 시(詩) 배달부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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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푸른 오월에 잘 어울리는 서정주 시인의 ‘신록’입니다. ‘신록’은 1947년 문화 4월호에 발표된 시입니다. 온 세상이 신록인 계절 남몰래 고이 간직하고 싶은 사랑을 가졌으면 합니다. 문학적인 명성과는 달리 일제강점기 친일행각과 전두환 찬양 시를 쓰는 등 권력과 시류에 편승한 것이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서정주 시인의 ‘신록’입니다.

 

 

신록 / 서정주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에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 1947년 문화 4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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