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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by 시(詩) 배달부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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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5월 22일 별세하시어 하늘에 큰 별이 되신 우리 문학의 거목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입니다. 부제로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입니다. 가난하다고 왜 사랑을 모르겠는가. 이 시구 앞에서는 하도 가슴이 먹먹하여 할 말을 잃습니다.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따뜻하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출처 신경림 시집 『가난한 사랑 노래』 실천문학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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