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 소개할 시는 5월 22일 별세하시어 하늘에 큰 별이 되신 우리 문학의 거목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입니다. 부제로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입니다. 가난하다고 왜 사랑을 모르겠는가. 이 시구 앞에서는 하도 가슴이 먹먹하여 할 말을 잃습니다.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따뜻하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출처 신경림 시집 『가난한 사랑 노래』 실천문학사 1988.
728x90
반응형
'명시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백(李白)의 시(詩) 정야사(靜夜思)와 원정(怨情) (100) | 2024.06.11 |
---|---|
함남도안咸南道安 / 백석 (117) | 2024.06.05 |
농무 / 신경림 (110) | 2024.05.23 |
신록 / 서정주 (130) | 2024.05.14 |
빈 집 / 기형도 (145) | 2024.05.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