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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5월 22일 한국작가회의로부터 우리 문학의 큰 느티나무였던 원로시인 신경림 시인이 숙환으로 별세하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신경림 시인은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 장터’, ‘갈대’ 등을 쓴 민중 시인이시면 우리 문단의 큰 거목이시다, 신경림 시인의 큰 가르침을 새기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農舞농무 /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가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시집 『農舞』 창비시선 1.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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