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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1’입니다. 지도에도 없는 식물도감에도 없는 꽃들이 피어나는 강마을. 어느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겠냐며 민중들의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토끼풀 자운영꽃을 피우며 오늘도 도도히 흐르고 있을 전라도 실핏줄 같은 섬진강. 김용택 시인이 나고 자라고 선생이 되어 강길을 걷던 진매마을에 가보고 싶습니다.
섬진강 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 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 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 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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