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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이원규 시인의 ‘거울 속의 부처’입니다. 하루에 한두 번 화장하거나 옷매무새를 고를 때 거울을 보면 나를 바라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이만하면 그런대로 생겼다고 생각되다가도 어떤 날은 내가 한 없이 못생겨 보이고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시속의 화자도 봄이 되자 법당 하나 차려 놓고 백팔배를 합니다. 백팔배를 하며 너는 누구냐고 묻고 묻다가 거울 속의 남루한 부처(자신)와 맞이하게 됩니다. 이쯤이면 시 속의 화자 부처가 다 되었나 봅니다.
거울 속의 부처 / 이원규
내내 긴 겨울잠을 자다
매화 꽃망울 터지는 소리에
깨어보니
삼매는 오간 적도 없고
산발 머리에 손톱 발톱만 자랐다
봄은 봄이로세 부시시 일어나
토방에 군불을 지피고
꽃피는 법당 하나를 차렸다
촛불 두 개 켜고
헌화 헌다 헌향
목불 하나 없는 법당에서
커다란 거울을 향해
백팔 배를 하였다
한 번 절하고
너는 누구냐
또 한 번 절하고
너는 또 누구냐
묻고 묻다가
거울 속의
남루한 부처와
두 눈이 딱 마주쳤다
그도 분명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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