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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세상이 슬퍼 보일 때’입니다.
세상이 슬퍼 보일 때 / 이권
수돗가에 쭈그리고 앉아 얼갈이배추를 다듬고 있는 아내의 아랫마기와 윗마기 사이로 허연 잔등이 드러나 보일 때. 여름날 배를 드러내놓고 자는 다 큰 아들놈의 수염 듬성듬성한 얼굴을 보았을 때. 시 합평회 뒤풀이 자리, 해진 양말을 뚫고 나온 김 시인의 엄지발가락이 식탁 밑에서 멀뚱멀뚱 두 눈을 뜨고 있을 때.
출근길 어린이집 앞에서 아이보다 먼저 울음이 쏟아질 것 같은 아이 엄마의 동동 발걸음을 만났을 때. 이웃집 영미 할머니 손잔등에 흰나비 한 마리 날아들 때.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짠하고 슬프지 않은 것이 없어 누군가 이 세상을 살짝만 흔들어도 말가웃의 울음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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